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 1시간 40분동안 진행..."새로운 역사 만들자"

김연태·강기정·신지영 기자

입력 2018-04-27 13: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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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이 오전 10시 15분부터 정오께까지 1시간40분 가량 진행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12시 15분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회담에서 나눈 이야기를 전달했다. 윤 수석이 전한 회담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고, 두 정상은 남북 평화를 위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청와대 방문 및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방문, 남북 철도 연결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윤 수석에 따르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많은 분들의 기대가 크다.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에서 만난 게 더 잘됐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며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회담 시작에 앞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평화의 집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 의장대를 좋아하는데, 오늘 보여드린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아쉬움을 전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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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문 대통령,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북한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연합뉴스

회담 시작 전 문 대통령의 깜짝 '월경'과 남북 공식 수행원들의 사진 촬영은 예정에 없던 일들이었다. 10초간의 월경은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오전 9시 29분께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와 소회의실(T3) 사이 군사분계선(MDL)에서 김 위원장의 손을 맞잡은 문 대통령이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북한에는 언제 갈 수 있겠나"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즉석에서 제안한 것이다. 

수행원들과의 포토타임은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북측 수행원 중) 사열이 끝나면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는 김 위원장의 말에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회담 전후 두 정상은 평화의 집 곳곳에 걸린 그림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환담장으로 들어서기 전 두 정상은 로비 전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함께 봤다. 김 위원장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인지 묻자 문 대통령은 "서양화지만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렸다"고 짧게 설명하기도 했다. 

오전 9시 48분께 환담장에 입장해서도 두 정상은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이라는 작품을 보며 소통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을 가리키며 문 대통령은 이 중 미음(ㅁ)과 기역(ㄱ) 자를 두고 "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이 웃으며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자주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됐겠다.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제가 확인하겠다"고 웃으며 말하자 문 대통령은 "특사단이 갔을 때 위원장께서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는 발 벗고 잘 것 같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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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평화의집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에 참석했던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김여정 부부장을 가리켜 문 대통령이 "부부장께서 남쪽에서 아주 스타가 됐다"고 말하자 회담장에 웃음이 번졌고 김여정 부부장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자는데 뜻을 함께 했다. 

김 위원장은 "불과 200m 오면서 '왜 이리 멀고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우리 어깨가 무겁다. 6·15 합의서와 10·4 합의가 10년 세월 동안 실천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게 한스럽다.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간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될 수 있을 지 의문인 시각들이 있다"면서도 "대통령을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두 정상은 남북 철도 연결과 문 대통령의 북한 방문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환담장 앞에 걸린 백두산 장백폭포와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을 보며 문 대통령이 "저는 백두산에 가본 적이 없다.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북측을 통해 백두산을 가보고 싶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시면 걱정스러운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올림픽 다녀온 분들이 모두 평창고속열차가 좋다고 했다.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편히 오실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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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 화담이 열린 27일 인천시 서구 가원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남북 통일의 시작점으로 삼자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잘 할 것"이라며 "과거엔 정권 중간이나 말에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제 집권 1년 차다. 이런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 역시 "김여정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왔고 우리 사이 걸리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역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이후 두 정상은 각각 휴식과 오찬을 가졌다.

/김연태·강기정·신지영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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