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물결 타고 "서해5도 용치 뽑자"

어민·환경단체 기능상실 방치 주장
해변 군사 방호시설 제거 '목소리'
"대다수 부식 진행 흉물 철거하길"

박경호 기자

발행일 2018-05-31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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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치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해변에 설치되어 있는 군사방호시설 '용치(龍齒)'의 모습.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남북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인천 서해5도 해변을 점령하고 있는 군사 방호시설 '용치(龍齒)'를 뽑아낼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용치는 용의 이빨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선박 접안을 막기 위해 바다 쪽을 향해 해변에 비스듬히 세워진 높이 2.5~3m의 콘크리트·철근구조의 군 방호시설이다.

옹진군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등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섬지역에서 북한이 보이고 선박 접안이 가능한 해변이면 어김없이 설치돼 있다.

군에 따르면 1970년대 서해5도에 대대적으로 세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도 해변마다 3~4줄로 다닥다닥 붙어 수백 개씩 솟아있어 바다를 가로막는다.

섬 주민 입장에선 어선 운항과 맨손어업에 지장을 주고, 섬 방문객 입장에선 해수욕장 이용을 방해하는 흉물이 따로 없다.

어민들과 환경단체는 서해5도 용치가 사실상 기능을 잃고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황해섬네트워크 회원 10명은 지난 26~27일 대청도를 답사했는데, 해안사구로 유명한 옥죽동 해변에서 어림잡아 400여 개에 달하는 용치를 관찰했다.

본래 높이가 최대 3m인 용치 대부분이 모래에 묻혀 1m 정도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답사에 참여한 황해섬네트워크 회원 문경숙 씨는 "대부분 용치가 상당히 부식된 채로 묻혀있는 등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며 "북한 선박을 막는 용도로 더는 쓰이지 않는다면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철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복봉 대청도선주협회장은 "용치가 있는 쪽으로는 위험해서 어선이 접근하지 못하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흉물로 방치돼 관광 활성화를 저해한다"며 "주민들도 용치를 철거하길 원하고,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실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군 당국은 서해5도 용치가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군사시설임을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에도 유효한 경계시설이므로 (철거는) 검토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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