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입고 트럼프 만난 북한 김영철 왜?…군 아닌 당 중심 국가 강조

18년 전 클린턴 만날 때 일부러 군복 입었던 조명록과 확연한 '대조'

전상천 기자

입력 2018-06-02 09: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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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면담을 마친 뒤 집무동 밖에서 김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12분께 백악관에 도착한 김영철은 80분 가량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워싱턴DC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18년 전의 조명록 인민군 차수와 달리 군복이 아닌 양복을 입었다.

이날 80분간의 회동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앞 잔디밭을 나란히 걸어 나오는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흰색 와이셔츠에 곤색 넥타이를 맨 양복 정장 차림이었다.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다.

걸어 나오는 동안 김 부위원장은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트럼프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긴장한 기색이나 뻣뻣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18년 만에 다시 이뤄진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백악관 방문이지만, 이날 '양복 차림'의 김영철은 2000년 '군복 차림'의 조명록과 사뭇 대비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평가다.

2000년 10월 10일(현지시각)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 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서 백악관을 방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만났다.

이때 조명록은 인민군 차수의 '왕별' 계급장과 함께 훈장이 가득 달린 군복을 입고 나타나 워싱턴 외교가의 주목을 받았다.

백악관 예방에 앞서 미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만날 때는 양복을 입었다가 이후 갈아입은 것이기 때문에 그의 군복 차림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브리핑에서 그의 군복 차림에 대해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외무성 등 민간 측뿐만 아니라 군부도 함께 하고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와 북한 주민 그리고 (동북아)지역에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군복 차림이 호전성을 보여준다는 주장도 당시 나왔지만, 근본적으로는 김정일 정권의 군사우선주의 통치철학인 선군(先軍)정치가 배경에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김영철 부위원장의 양복 차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당(黨) 중심의 국가운용 시스템을 복원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체제에서 사실상 기능 정지 상태이던 노동당의 역할을 정상화하고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를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김 부위원장을 '북한에서 두 번째로 힘 있는 사람'(second most powerful man in North Korea)이라고 지칭했다. 18년 만에 미국을 찾은 북한의 '2인자'가 군(軍)인사에서 당(黨)인사로 바뀐 상징적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철 또한 정통 군 출신으로 총참모부 정찰총국장 등을 지냈지만, 대남담당 당 부위원장으로 옮긴 뒤 현재는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도 이번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 관련 브리핑 등에서 그를 '(노동당) 부위원장'(Vice Chairman)으로 일관되게 지칭해왔다.

/전상천 기자 juns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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