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된 수원 이시득옹

"찰밥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 통일되면 꼭 고향 가보고파"

박연신 기자

발행일 2018-08-1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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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남측 이산가족상봉 대상자 이시득(95)옹이 적십자로부터 전달받은 북측 가족 생사유무가 담겨있는 '가족관계서'를 보여주며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함경남도 출신 아버지등과 생이별
"동생 죽어 안타깝지만 조카 만나
선물 더 주고픈데 가방 작아" 웃음

"통일이 되면 꼭 한번 고향에 가보고 싶네."

수원시 화서1동에 거주하는 이시득(95)옹은 오는 20일에 실시 될 '제2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돼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85년부터 2015년까지 20차례 진행돼 온 행사였으나 이 옹은 이제서야 북에 있는 가족과 만나게 됐다.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인 그는 광복되던 1945년 8월 보름날, 남동생과 함께 남쪽으로 왔다. 이후 한국 전쟁이 발발했고, 가족과 생이별을 겪어야만 했다. 다시 밟을 수 없게 된 고향 땅에는 아버지와 새 어머니, 여동생 2명이 살고 있었다.

고향에 두고 온 여동생들은 그와 10살 남짓 차이가 났다. 맏이였던 이 옹에게는 '키우다시피 한 자식 같은 동생들'이었다.

그는 "영금(여동생)이는 엄마를 쏙 빼닮았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는 영금이를 보면서 어머니를 떠올리곤 했는데 영금이 마저 못 보게 돼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북으로부터 전달받은 가족관계서를 통해 아버지와 여동생 2명이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이 옹은 "근래 어머니 생각이 많이 들던 찰나에 이산가족 상봉 선정자로 뽑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찰밥을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 옹은 "어릴 적 철없을 때 어머니는 밥을 굶고 계시는데 찰밥을 해달라고 떼를 썼다. 군소리 없이 다시 밥을 해주신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아흔을 훌쩍 넘은 이 옹은 술, 담배 등을 일절 끊고 살지만, 지난 4월부터 알 수 없는 병명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아프니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더 많이 난다. 고향 땅에 묻힌 어머니를 뵙고 싶은데 한 번도 못 찾아갔다"고 말했다.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이 옹은 금강산에서 여동생 故리영금 씨의 딸과 故리영화 씨의 아들인 조카 2명을 만날 예정이다.

이들에게 줄 선물로 옷, 양말, 속옷, 초코파이 등을 사서 가방에 고이 쌓아 놓은 그는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주고 싶은데 담아갈 수 있는 가방이 너무 작아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들을 만나면 아버지를 모셔줘서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다는 그는 "선물을 더 사기 위해 장보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여 만에 열리는 것으로, 지난 7월 말 기준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13만2천603명, 이 중 생존자는 5만6천862명이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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