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게 드신 대신, 기부하는 기쁨을 누리세요!"
신선설농탕 인천 부평역점에선 두 가지 크기의 공기밥이 있다. 여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크기의 공기밥과 좀 작아 보이는 '미니 공기밥'이 또 하나 있다. 밥량은 다르지만 가격은 똑같다.
대신 작은 공기밥을 달라고 하는 손님에게는 '나누미(未)' 쿠폰을 한 장 준다. 쿠폰은 이 식당에서 바로 사용해야 하는데, 계산대 옆에 쿠폰함에 넣으면 그걸로 끝이다. 이렇게 쿠폰을 기부하면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게 된다.
미니공기밥은 '나누미' 한장
남기지않으면 '자연애' 한장
손님들 불평 없이 적극 참여
환경부 공모전 최고상 받기도
이 곳에선 음식물을 남기지 않아도 쿠폰을 하나 준다. '자연애(愛)' 쿠폰이다. 쿠폰을 기부하면 1장당 100원씩 환경재단에 활동기금이 지원된다. 손님들은 음식물쓰레기를 줄인다는 기쁨과 좋은 곳에 기부한다는 행복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이다.
올해 4월 문을 연 부평역점 김승희(38·여) 점장은 최근 환경부가 주최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실천사례·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고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음식점으로는 유일한 수상이다.
김 점장은 "손님들에게서 불평도 있을 법했지만 반응은 의외였다"며 "오히려 적게 먹는 여자 손님들보다 남성 직장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의 손님들 반응도 대단하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백 마디 말보다 이곳에서 한번 실천하는 것이 효과가 더 높다고 손님들은 평가한다. 가끔은 좋은 일을 한다는데 욕심을 내는 어린 아이들이 음식을 남기고도 기부 쿠폰을 달라고 졸라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손님들의 참여로 생기는 쿠폰은 나누미 쿠폰이 월 평균 200개, 자연애 쿠폰이 350개 정도 마련된다. 하루 평균 20명 정도 참여하는 셈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손님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직원이 김 점장의 독려(?) 덕에 쓰레기 줄이기에 있어 전문가가 다 됐다. 개업 초기만 해도 100ℓ 크기의 쓰레기봉투를 매일 40장씩 썼는데 지금은 20장이면 충분하다. 굳이 돈으로 따져보면 200만원이 넘는 액수다.
김 점장은 쓰레기 줄이기는 무엇보다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들이 쓰레기를 남의 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버리고,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어요. 쓰레기는 자원이자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달라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