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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기사-컬러콤플렉스·(3·끝)차별과 혐오를 넘어]울타리 밖 '차별금지법'…공존사회 여는 8번째 도전

13년간 7차례 법안 발의·무산정의당 21대 국회서 다시 올려88.5% 찬성여론 "모두 위한 법"2020년 한국사회는 '차별과 혐오'를 걷어내고 공존사회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을까. 지난 2007년 처음 시도된 차별금지법은 7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8번째에 성공해 '칠전팔기(七顚八起)'의 기록을 써내려갈 수 있을 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대한민국헌법 제11조 1항은 평등권을 보장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존재한다. 그것은 북한 프레임이 씌워진 '레드 콤플렉스'가 될 수 있고 '무지개'로 상징되는 성 소수자일 수 있다.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온 이주노동자가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편견과 혐오를 지양하기 위한 법적 장치인 '차별금지법'은 13년 동안 총 7번 발의돼 모두 폐기되거나 철회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이번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은 8번째 시도다. 정의당은 8번째로 21대 총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책공약으로 내세웠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6월29일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이 법안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채용과정에서 성별 등을 기준으로 채용 인원수를 구분하거나 서류 전형이나 면접 시 직무와 관련 없는 성별 등의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행위를 금하고, 성별 등을 이유로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교과 과정을 다르게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차별에 대한 경우를 구체화했다.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등 차별 행위 시정에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했다.차별 금지 법률 제정에 대한 찬성 여론도 높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8.5%가 차별금지 법률 제정에 찬성했다. 차별 금지 법률에 찬성하는 응답자 비율은 성, 연령대, 거주지역별로 유의미한 차이 없이 전체 결과와 유사했다.일각에서는 차별이 비단 소수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정혜실(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이주민방송 대표는 "차별은 소수자뿐 아니라 각 영역에서 우리 모두가 받을 수 있는 문제"라며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 연혁 참조■ 차별금지법2007년 처음 정부가 발의했던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범위를 성별, 연령, 인종, 피부색, 출신 민족, 출신 지역, 장애, 신체 조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의견, 혼인, 임신, 사회적 신분, 그 밖의 사유 등 13가지로 정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정의를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출산, 가족·가구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병력 또는 건강, 사회적 신분 등 23가지로 확대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8일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북광장에서 열린 '인천퀴어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참가자들과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대립하고 있는 모습. 2018.9.8 /경인일보DB

2020-10-27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정혜실 이주민방송 대표

파키스탄인 남편, 입국심사부터 차별비영리단체 만들어 본격 '인권 운동'한가지씩 개선 '평등 수준' 상향 한계 "자신들이 필요해 불러놓고 정작 한국에 정착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는 소홀해요. 한국 정부가 이주민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지요."정혜실 이주민방송(MWTV·Migrant World TV·사진) 대표가 말했다. 정 대표는 27살이던 지난 1994년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인종 차별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파키스탄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김포공항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려는데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남편만 따로 불러 한 시간 넘게 추궁했다. '어떻게 한국 여성과 결혼했느냐'는 것이었다. 정 대표는 "피부색에 따른 차별이 그렇게 심각한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차별은 법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997년 국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한국 여성과 결혼하는 외국인 남성은 한국 국적을 받기 어려웠다.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역시 한국 국적을 받기 어려웠다. 정씨는 서류상 미혼, 두 자녀들은 외국인이 됐다. 정 대표는 2000년부터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현 안산이주민센터)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지난 2004년 이주민방송의 전신인 '이주노동자의 방송'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이주민방송은 이주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미디어 콘텐츠로 전하는 비영리단체다. 이주민과 선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를 전하는 '이주민라디오(MWFM)'를 운영한다. 인권 운동가가 마을을 직접 찾아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평등UP! 마을UP!'도 유튜브 채널 '이주민방송'에서 볼 수 있다. 매년 이주민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해 열린 제12회 이주민영화제 슬로건은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였다.최근 이주민방송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이슈는 '고용허가제'다. 한국은 중국과 수교 이듬해인 지난 1993년 산업기술연수생 제도를 시행해 이주민을 본격적으로 불러들였다. 인권 침해 등 논란이 일자 지난 2004년 이 제도를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바꿨지만 노동자가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없는 등 인권 침해 논란은 없어지지 않았다.'고용허가제'에서 이주민은 한 직장에서 일하며 '성실 근로자'로 인정받아도 5년 이상 근속하지 못한다. 또 사업장을 옮길 권리도 임금 체불, 폭행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한해 최대 3번으로 제한된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영주권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이주민을 노동력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많은 차별은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이주민이면서 성 소수자일 수 있다. 한 가지의 차별만 개선해서는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 전반의 평등 수준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정 대표가 지난 2010년부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성희롱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어요.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만 차별이 무엇이고 왜 잘못됐는지 사회적 인식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이주민방송을 통해 이주민 인권 보장이 곧 한국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걸 설득하고 싶어요."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10-27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김한올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장

기존의 개별법안으로 '명확한 판단' 어려워교육 변화·미디어의 책임감있는 태도 필요"차별금지법 제정은 평등과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김한올(사진)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첫 발의 이후 난항을 겪고 있는데 이런 역사 속에서 정의당은 꾸준히 시민들을 설득하고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 추진해왔다"며 "지난 총선에서 공약했고 정당적 역량을 모아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 위원장은 기존에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 법안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각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있지만 차별은 출신 지역, 성별, 교육 등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개별법으로는 차별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그는 "국가인원위원회법은 주어진 권한 자체가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은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차별 시정 권고를 지키지 않을 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권고 수용률을 높이는 장치들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현재 차별금지법은 여러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혀 있다. 기독교는 물론 재계에서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개신교는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고, 재계에서도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채용 과정에서 차별 금지 등으로 기업의 자율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어 "차별금지법안과 같은 첨예한 반대 의견이 형성될 때마다 나오는 논리가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인데 법안 제정이 오히려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인권과 차별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어 지금까지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개념들에 대해 합의를 이루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들로 교육 과정의 변화와 미디어 매체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공교육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용어를 사용할 때도 중립적이고 차별이 배제돼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10-27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2016년 한국 정착 예멘 출신 다나트씨

전쟁 피한 난민… 차별·편견 견디며 일상 생활공동체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 두 아들 걱정난민을 비롯해 외국에서 온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따뜻하지만은 않다. 2016년 한국에 정착한 예멘 출신 다나트(여·가명)씨는 공격적인 말투로 "왜 한국에 왔느냐"라고 하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했다. 예멘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내전이 진행되고 있다. 다나트씨는 전쟁을 피해 한국에 왔고, 난민으로 받아들여졌다. 두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는 그는 수차례 혐오 섞인 발언을 들어야 했다. 2018년에 가장 심했다. 당시 예멘에서 500여명이 제주도로 와 난민신청을 했다. 이를 두고 우리 사회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난민 인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예멘 난민 추방을 요구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다나트씨는 당시를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 친절하게 대해주던 분들도 태도가 차가워졌다"며 "많은 분들이 화를 내는 것처럼 '왜 한국에 왔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그는 작은 박스 제조공장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그는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다. 공장 사장은 외국인에게만 큰 소리를 내고 욕을 했다고 한다. 다나트씨는 어렵게 구한 일자리이지만 2개월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다나트씨는 초등학교 1, 3학년인 두 아들에 대한 걱정도 크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함께 거리를 걷다가 주변에 또래 아이들이 보이면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부색 등의 차이로 아이가 학교에서 적응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는지 걱정이다. 그는 한국사회가 외국에서 온 이주민을 같은 공동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나트씨를 보는 시각도 냉랭해졌다. 다나트씨는 "물론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해 외국인을 더 위험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고 했다.다나트씨는 이주민이자 싱글맘이다. 차별과 편견을 견디면서도 자녀들을 키우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언어 등의 이유로 취직을 하는 것도 어렵고, 종교적 이유로 히잡을 쓰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게 더욱 열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10-27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말이 칼이 될 때' 저자 홍성수 교수…혐오의 권리 누구도 없다

'반대할 자유' 그럴듯하게 포장 하지만결국 소수자 위한 제도 만들지 말란 것차별 바탕에는 '적과 나' 이분법적 사고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울수록 더 위력적"누군가를 혐오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우리 사회에서 혐오 정서는 아직도 확산하고 있다. 혐오를 바탕으로 한 차별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성애를 비롯한 성 소수자에 대해서는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2018년 출간된 '말이 칼이 될 때(부제: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의 저자인 숙명여자대학교 홍성수(법학부) 교수는 "특정한 정치적 의견이나 성적 지향·정체성 등을 가졌다고 해서 그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며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나 아동, 노인을 차별하거나 혐오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혐오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우리 사회의 혐오 정서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과거에는 '혐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레드 콤플렉스'를 꼽았다. 이념 갈등 등으로 불렸으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진 폭력이라는 점에서 혐오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특정 정치적 성향을 상대로 한 혐오 정서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반대할 자유'를 이유로 혐오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비판했다. 일각에서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를 달라고 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 교수는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결국은 소수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며 "가부장제, 남성중심 등 여러 가치관을 가질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표출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이분법적 사고'가 혐오·차별 확산의 바탕에 있다고 진단했다. '적과 나를 나누면서 적이 없어져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이들은 피아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과거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이가 있고, 지금도 성 소수자와 외국인 노동자는 여러 차별과 혐오를 견디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익명을 바탕으로 한 혐오 표현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를 지양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홍 교수는 "과거와 같은 일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며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어떤 '계기'를 통해 혐오와 같은 부정적 인식이 순식간에 확산할 수도 있다"고 했다.우리 사회가 공존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정치인의 역할도 강조했다. 홍 교수는 "최소한 주류 정치에서만큼은 혐오와 선을 그어야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혐오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극단적인 형태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2020-10-27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차별·혐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96명에 물었다

응답자의 10.5% '나도 성소수자' 답변'자녀가 성소수자와 친밀' 절반 '허용''지인이 동성애자란 사실 알게되면?'55.2% '관계 변화 無'… 23.8% '변화'대다수 '차별은 잘못' 큰 틀 공감하나'교과 도입' '동성혼' 반대비율 높아져차별과 혐오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차별·혐오의 대상자로 지목되는 소수자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경인일보는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자체 페이스북 계정에서 네이버 오피스 폼을 이용해 '차별 및 혐오 실태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796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에서 지인 중에 성 소수자가 있다는 응답이 37%로 나왔다. 또 자신을 성 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10.5%(83명)에 달했다. 우리 사회에 성 소수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지인이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3.8%는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19.2%는 '중립'이라고 했다. 응답자들은 "동성이기 때문에 약간은 있을 것 같다", "혐오하기 때문에"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절반 이상인 55.2%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알던 사람 자체는 같은 데 변화가 있을 이유가 없다"는 등의 응답도 나왔다.'자녀가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와 친밀하게 지내는 걸 허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찬성한 비율은 49.7%로, 앞선 질문에서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답한 비율 55.2%보다 낮았다.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었을 때 "'내로남불'이지만 내 아이는 (성 소수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는 대답도 눈에 띄었다.차별 경험에 대해 물었을 때 설문 참여자 중 573명(72%)은 자신이 성별, 성적 지향, 이념,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614명(77.1%)은 다른 사람이 차별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차별을 받은 장소(복수응답 가능)는 직장(41.5%)이 가장 많았고 학교(30.7%), 가족(20.5%), 이웃(13.7%)의 순이었다. 다른 사람이 차별받는 걸 본 장소도 직장(46.4%), 학교(38.6%) 이웃(21.1%) 가족(14.8%)의 순이었다.차별을 받거나 보았어도 대다수는 이를 바꾸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차별을 경험했을 때 어떻게 대응했습니까'(복수응답)를 물었을 때 응답자 중 394명이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49.5%)고 했다. 가해자에게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 답변은 142명(17.8%), 시민단체나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응답자는 22명(2.8%)이었다.'차별받는 것을 본 적이 있었을 때 어떻게 대응했습니까'(복수응답)라는 질문에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줬다'(331명·41.6%)가 가장 많았고,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258명·32.4%), '가해자에게 시정을 요구했다'(128명·16.1%) 순이었다. 시민단체나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26명(3.3%)으로 가장 낮았다.응답자 대다수는 큰 틀에서 차별이 잘못됐다는 데에 공감했다.'소수자가 다른 국민과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의 7.7%만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14.5%만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반대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서 동성애나 제3의 성을 가르치는 데 대해 전체의 22%가 반대했다. 동성혼 법적 허용에 대해선 26.7%가 반대했다. 또 응답자의 21.8%는 유색인종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반대했다.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기술해달라는 요청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지향합니다", "소수자도 함께 사는 이웃이다", "그냥 다른 거예요, 틀린 게 아니라. (후략)", "(전략)유색인종 및 성 소수자는 싫음. 그들의 권리주장과 이득을 위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안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함(후략)".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일러스트. 2020.10.27 /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2020-10-27 경인일보

[통 큰 기사-컬러콤플렉스·(2)빛나지 못하는 무지개]다름을 인정한 엄마는 '내편이 됐다'

중학교때 동성애자 정체성 깨달은 정예준씨, 4년전 털어놔부모님, 성소수자 부모모임 등 나가 조언 구하고 위로받아"가족인 내가 내 아이 부정하면 누가 지키겠나" 받아들여A="동성애 반대하십니까?", B="반대하지요."A가 재차 묻는다.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B는 같은 답을 한다. "그럼요."2017년 있었던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의 모습이다. 이때 A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B는 문재인 후보다. 선거결과 A는 2위로 낙선했고, B는 당선돼 대통령이 됐다. 두 후보의 합산 득표율은 65.1%다. 우리 사회가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던 이들은 무엇을 반대할까. 동성애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다. 성 소수자 모두가 그렇다. 다수의 기준과 비교했을 때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다르게,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이다.고양 일산에 사는 강선화(52)씨는 4년 전 자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 토론회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난 18일 강선화·정예준(25) 가족을 인터뷰했다. 강선화씨는 "'내가 내 아이를 부정하면 누가 내 아이를 지키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들 예준씨가 커밍아웃한 뒤 든 여러 생각 중 하나였다. 예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아이를 짝사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 처음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 친구를 피해 다녔지만 이내 다른 남자아이에게 두근거림을 느꼈다. 고민 끝에 20살이 됐을 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어렵게 말했는데 친구는 예상외로 시큰둥한 반응이었어요. '뭐 어쩌라고'라는 투였죠. 이후 1년 동안 다른 친구들에게도 알렸고, 부모님에게도 말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정예준씨는 편지로 부모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알렸다. 그가 식탁에 올려두고 떠난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부모님께. 심호흡을 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저는 사실 동성애자예요'. 아들이 게이일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직업이 항공승무원인 선화씨는 "일 때문에 다음날 미국으로 떠나야 했는데, 비행기 탑승 전부터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48시간 가까이 잠을 못 잤다"며 "아이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면 아이가 두 번 다시 다수의 삶으로 못 돌아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고 했다. 선화씨는 힘들게 아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엄마에게 시간을 주면 좋겠다. 어떻게든 잘 헤쳐나가고 싶은데 아직은 힘이 드네'.한국에 남아 있던 남편 정동렬씨는 아들의 권유로 커밍아웃 사흘 만에 '성 소수자 부모모임'에 나갔다. 같은 처지의 부모에게 위로를 받고 아들과 함께 조언도 구했다.선화씨가 미국에서 돌아오고 세 가족이 만났다. 소주에 삼겹살을 곁들이며 예준씨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선화씨는 "아이가 혹시 우리한테조차 버림 받을까봐 500만원 정도 모아뒀더라구요. 부모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서 얼마나 끙끙 앓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쓰러웠죠"라며 그날을 회상했다. 또 "가족인 내가 아이를 부정하면 누가 내 아이를 지키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말했다.커밍아웃을 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선화씨는 남편과 함께 '성 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여했다.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저는 한 달 전에 아들이 게이라고….'라며 말을 못 잇고 계속 울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모임 운영진을 맡고 있다.예준씨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선화씨 가족은 모두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선화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과 함께 성 소수자 관련 집회에 참석한다. 서울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서 '나는 게이 아들을 둔 부모입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군대내 동성 간 성행위 처벌법인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를 위한 집회에도 참여한다. 예준씨도 인권단체에서 제대로 공부하며, 게이합창단 단원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많은 성 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감춘다.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성 소수자가 많다. 드러내놓고 그들의 존재를 "반대한다"고 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선화씨는 많은 성 소수자가 마음 놓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더라도 불편함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 차별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캐나다에 있을 때 만난 사람들은 자식이 커밍아웃을 해도 우리처럼 슬퍼하지 않더군요.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등의 걱정이 없기 때문이겠죠. 한국 아이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합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4년 전 아들 정예준(25·오른쪽)씨가 가족들에게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혔을 때 어머니 강선화(52)씨는 큰 충격 속에서도 아들을 품고 이해하기로 했다. 아들의 고백 이후 가족들은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등 성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권 운동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18일 고양 일산에서 만난 강선화씨는 "우리 사회가 성 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도 불편함이 없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0.10.26 /기획취재팀

2020-10-26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트랜스젠더 이한결씨의 '새 인생'

여성으로 출생… 정체성 고민 털어 놓자어머니 "차라리 레즈비언으로 살았으면"수술후 법원 성별 정정 기각, 1년뒤 허가"다른 소수자 상담… 함께 변화 만들것""모두가 여자 혹은 남자 어느 한 성별로 저를 규정하려 해요. 저는 그냥 저인데."이한결(26)씨는 트랜스젠더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수술을 통해 남성이 됐다. 이씨와 같은 트랜스젠더는 미국에 100만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미국 공중보건 저널(Public Journal of Public Health)은 인구 10만명 당 390명이 트랜스젠더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우리나라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10만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MtF(Male to Female)가 더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씨와 같은 FtM(Female to Male)은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소수다.그는 "제가 가진 성 정체성대로 살기 위해 가족을 설득했고, 수술을 받고도 법정에서 성별 전환이 거부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대로 살기 위해 노력한 기간은 10년이 넘는다.이씨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6~7세 때부터 자신이 지정받은 성별(sex)은 여성이지만, 사회적 성별(gender)은 남성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학예회 때 치마 대신 바지 한복을 입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엔 여성에게 이끌렸다. 당시 모습을 보고 이씨의 어머니는 '딸이 레즈비언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가슴이 나오는 게 싫어서 없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는 중학생 무렵부터 어머니에게 가슴 제거 수술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성인이 돼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은 후에도 한결씨는 여성 애인을 소개하는 등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다. 이씨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레즈비언으로 살면 안 되겠느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가족 입장에서는 수술을 해야 하고,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다르게 사는 트랜스젠더보다는 레즈비언으로 사는 게 나아 보였던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틈날 때마다 성별 정체성과 성적 끌림, 젠더에 대해 알렸다"며 "어머니는 피곤해 하고 간혹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 질문이라도 하면 너무 반가워서 열정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3년 전인 2017년 마침내 어머니를 설득했고,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법적으로 성별을 바꾸기 위해 그해 11월에 가슴 제거 수술을, 이듬해 1월에 포궁(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술날 마취가 덜 풀려서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입으로 어머니에게 말했어요. '고맙다'고. 어머니는 '이제 만족하냐?'고 하셨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수술은 끝났지만 또 다른 난관이 있었다. 성별정정허가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그는 다른 법원에 다시 신청했다. 성별정정허가신청은 판사의 재량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씨는 성장환경진술서에 '어릴 적부터 파란색과 로봇을 좋아했다'고 쓰는 등 한국 사회의 성별 고정관념에 맞춰 조사에 임했다.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지난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이씨는 퀴어 커뮤니티에서 '봉레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 아카데미 '밤 아카데미'에서 영상 촬영과 편집을 맡고 있고, 트위터와 유튜브에 '성 소수자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성 정체성대로 살지 못한 기간을 '벽장 안에 있었다'고 표현했다."벽장을 나오기 전 저는 어머니와 한참 싸우고 울던 사람이었지만 이제 '오픈리(직장 가족 대중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한 성 소수자)'가 돼 다른 성 소수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해요. 이 변화의 중심엔 어머니가 있고 앞으로도 많은 변화를 함께 만들 것을 의심치 않아요."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해 여성에서 남성으로 법적 성별 정정에 성공한 이한결(26)씨. 2020.10.26 /이여진 기자 aftershock@kyeongin.com

2020-10-26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퀴어 관점 문학평론 팟캐스트 진행자 '보배·다홍씨'

"친구들 알지만 가족은 까맣게 몰라"법이 차별 묵인할 때 문학으로 위로"우리 방송 성감수성 높이길 바라"성 소수자가 커밍아웃을 주저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생계'다.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이들이 성 정체성을 숨기도록 압박한다.퀴어문학플랫폼을 표방하는 '무지개책갈피'에서 문학평론 팟캐스트 방송 '무책임라디오'를 진행하는 보배(32·활동명)씨도 이런 경우다. 보배씨는 "22살 무렵부터 친구들에겐 제가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며 "해고될까 하는 걱정에 직장에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지난 2000년 방송인 홍석천씨가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했다. 이는 성 소수자 관련 담론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인 2001년엔 트랜스젠더 하리수씨가 광고 모델로 지상파 방송에 데뷔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보배씨는 "이성애자들은 연애 사실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직장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는다"며 "성 소수자는 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성적 지향 때문에 해고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보배씨와 함께 '무책임라디오'를 진행하는 다홍(23·활동명)씨 역시 "군형법 제92조 6은 항문성교를 한 사람을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성 소수자에 대한 엄연한 차별"이라며 "지난해 인천퀴어퍼레이드에 갔을 때 일부 집단이 '동성애는 죄다,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라'며 제 몸을 밀쳐서 그 충격으로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법과 제도가 차별을 묵인할 때 이들은 문학에서 위로를 받았다. 보배씨는 지난 2015년 다른 성 소수자와 함께 퀴어문학을 소개하고 비평하는 비영리단체 '무지개책갈피'를 창립했다. 지난해부터는 이 단체 회원 3명과 퀴어문학을 평론하는 팟캐스트 '무책임라디오'를 진행하며 청취자를 만난다.모두 30회 진행된 이 방송은 회당 누적 조회수가 1천회가 넘는 등 반응이 좋아 지난달엔 첫 광고를 받기도 했다.퀴어 당사자의 관점으로 문화 콘텐츠를 비평하는 것이 무기다. "여성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지만 전형적인 '메일 게이즈'(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제29화 '이제 해도 될까요, 아가씨?' 중)와 같은 비평은 퀴어 청취자에겐 공감을, 비퀴어 청취자에겐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보배씨는 "대놓고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이 드물어졌다고 해도 무례한 발언들은 일상에 여전히 존재한다"며 "수다를 엿듣는 것 같은 우리 방송이 한국 사회의 성적 감수성을 높이길 바란다. 이런 변화가 성 소수자가 해고될 걱정 없이 직장에서 커밍아웃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지난 14일 서울시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퀴어 문학 동아리 '무지개 책갈피' 회원 보배(왼쪽·활동명)씨와 다홍(활동명)씨가 팟캐스트 녹음에 앞서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성 소수자 임을 밝히면 직장까지도 잃을까 걱정된다며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한국 사회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2020-10-26 경인일보

[컬러콤플렉스-공존사회 걸림돌]'다양성 존중' 갈 길 먼 우리 사회

사회 분위기 탓에 '공개' 많지 않아100% 가까워야 평등 '무지개 지수'한국 8.08%… 러 10.2% 보다 열악성 소수자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 신체상 성적 특징 등에서 사회적 소수자인 사람들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게이나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을 지칭하며, 이를 통칭해 '퀴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색은 빨강부터 보라까지 '무지개'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성 소수자의 상징이 됐다.# '성 소수자' 다양한 색 품은 무지개와 닮아일반적으로 타인에게서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성적 지향에 따라 남성이 남성을 좋아하는 게이, 여성이 여성을 좋아하는 레즈비언으로 불린다. 만약 자신의 성 정체성이 태어날 때 성별과 다를 경우 전환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트랜스젠더다. 성 소수자들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복합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게이이면서 트렌스젠더일 수 있다. 또 생물학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간성(intersex)도 존재한다.성 소수자가 한국에서 얼마나 존재하는지 보여주는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나 주변의 시선 탓에 성 소수자임을 떳떳하게 밝히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성 소수자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5%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통계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지난해 인천에서 열렸던 '인천퀴어 문화축제'에 5천여명이 참가하는 등 성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소수자가 광장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성소수자 인권 '세계에서 가장 낮고, 최근에는 하향세'SOGI(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 연구회는 매년 '한국 LGBTI 인권현황'을 발표한다. LGBTI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를 뜻한다.'2019년 한국 LGBTI 인권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성 소주자 인권지수(무지개 지수)는 8.08%로 전년 11.7%보다 3.62%p 감소했다. 유럽 49개국과 비교하면 46위 러시아(10.2%)보다도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보다 성 소수자 인권지수가 낮게 평가된 국가는 아르메니아(6.49%), 터키(5.16%), 아제르바이잔(3.33%)에 불과했다.무지개 지수는 수치가 100%에 가까울수록 성 소수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 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동성 간 혼인 등이 제도화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계속됐고, 혐오 범죄를 규제하는 법률이나 정책이 없다는 점도 감점 요인으로 들었다.퀴어 문화축제 광장 사용이나 성 소수자 인권단체의 사단법인 설립이 불허된 사례, 자녀가 있는 트랜스젠더가 성별 정정을 해도 가족관계등록부에서는 '부'나 '모' 등 성별 전환 이전과 같이 표기되는 점도 이번 평가에 반영됐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9 사회지표(Society at a Glance 2019)' 중 국가별 동성애 수용도(2001∼2014년 기준)를 보면 한국은 2.8점으로 조사 대상 36개 국가 중 32위에 머물렀다. OECD 평균인 5.1점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4.8점으로 25위를 기록했다.이런 인식은 시민들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인천시가 지난 1월 발표한 '2019 인천의 사회지표'를 보면 여성,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이주외국인, 결혼이민자, 중국 동포, 북한 이탈주민, 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된 9개 그룹 중 성 소수자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55.4%)'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성 소수자에 대해 '존중받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8.8%에 그쳐 가장 적었다. /기획취재팀※기획취재팀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사진 : 김도우기자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2020-10-26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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