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난해 4~12월 한강 하류(고양·파주·김포) 3곳, 강화도 인근 3곳, 인천 연안(영종도 해역) 4곳 등 10곳에서 진행한 '한강 하구 환경기초조사 연구용역'에선 미세플라스틱과 합성머스크화합물이 검출됐다.미세플라스틱은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스티로폼이나 페트병 등이 마모되거나 잘게 부서져 생성된다. 합성머스크는 향수, 화장품, 비누, 샴푸, 세제, 방향제 등에 사용하는 인공 향료 성분이다. 10개 지점 해수·퇴적물·어류서 검출퇴적물 평균 '한강하류 2323개' 최다장기간 쓰레기 쌓여 심층조사 필요강화 인근 숭어 미세 플라스틱 357개전문가 "유해성 여부는 단정 어려워"미세플라스틱과 합성머스크가 검출됐다는 것은 수질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한강 하구 중심부인 '중립수역'의 오염도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 대한 환경 조사 및 관리는 민간인 출입 통제 등으로 인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인천시는 이들 10개 지점에서 해수, 퇴적물, 어류를 채취하거나 채집해 미세플라스틱 검출 여부와 합성머스크 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해수보다 퇴적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검출됐고, 어류 체내에서는 최다 300여 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인천시는 해수와 퇴적물의 경우 각각 1㎥, 1㎏ 기준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있는지 3차례 조사해 평균값을 냈다. 해수의 경우 강화도 인근이 3.46개로 가장 많았다. 한강 하류는 2.64개, 인천 연안은 1.68개로 조사됐다. 연구용역 수행기관은 한강 하류에 있는 하수처리시설 방류수와 주변 수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퇴적물 내 미세플라스틱 평균값은 한강 하류 2천323개, 강화도 인근 564개, 인천 연안 962개 등으로 조사됐다. 한강 하류 퇴적층은 오랜 기간 쌓인 쓰레기로 인해 오염이 심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추후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합성 머스크 농도' 하류 가장 짙어어민들 "10마리중 1~2마리 등 굽어"이번 연구용역 수행기관은 지난해 5월과 8월 어류를 채집해 아가미와 내장 내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5월보다 8월에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검출됐다. 8월 한강 하류에서 잡은 숭어와 붕어에서 30~81개, 강화도 인근에서 채집한 숭어에서는 357개나 발견됐다.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창균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지만, 유해성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유해성 여부 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합성머스크 농도는 한강 하류(2.03㎍/ℓ)에서 가장 짙었으며 강화도 인근과 인천 연안(0.45㎍/ℓ) 등 한강에서 멀어질수록 옅었다. 김창균 교수는 "이번 조사가 한강 하구에서 진행됐지만 (한강 하구 중심부인) 중립수역에선 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안타깝다"며 "한강 하구 생태계를 복원·관리하기 위해선 중립수역을 포함해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한강 하구에서 조업하는 경기 고양시 어민들은 오염의 심각성을 가장 먼저 인지하는 사람들이다. 고양시 행주어촌계 관계자는 "물고기 10마리를 잡으면 1~2마리는 등이 굽고 아가미가 비뚤어진 기형이거나 피부병을 갖고 있다"며 "신곡수중보 상류 방향으로는 낙차 때문에 한 달에 절반 정도만 바닷물이 들어오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염물질이 하류로 빠져나가지 않고 한강을 뒤덮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지난 2015년 행주어촌계 조업 구역에서는 포식성이 강한 '끈벌레'의 대량 출몰로 실뱀장어 90%가 폐사하고 녹조 발생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어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은 한강 하구 오염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서울 지역에서 배출한 하수'를 꼽고 있는데, 서울시 지방공기업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은 "서울 지역 방류수가 한강 하구 어획 활동에 피해를 준다는 인과 관계가 입증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운·김우성기자 jw33@kyeongin.com한강 하구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10마리 중 1~2마리꼴로 등이 굽은 기형 또는 피부병을 가진 물고기가 잡힌다고 했다. 사진은 수년 전부터 행주대교 인근에서 발견되고 있는 기형 물고기. /행주어촌계 제공한강 하구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10마리 중 1~2마리꼴로 등이 굽은 기형 또는 피부병을 가진 물고기가 잡힌다고 했다. 사진은 수년 전부터 행주대교 인근에서 발견되고 있는 기형 물고기. /행주어촌계 제공
한강 하구 중립수역은 수십 년 동안 민간 선박 항행 등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이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전돼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정확한 실상을 알지 못한다는 의미도 있다. 1953년 정전 협정 때 남북은 중립수역에서의 민간 선박 항행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지만, 그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강 하구 물길의 특성은 물론 중립수역 수질 오염도 등 구체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인천시가 지난해 진행한 '한강 하구 환경기초조사 연구용역'은 한강 하구 중립수역 실태를 추정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강 하류(고양·파주·김포), 강화도 인근, 인천 연안(영종도 해역) 등 한강 하구 중립수역 주변 3곳 10개 지점에서 조사한 결과다. 인천시, 10개 지점 시료 분석대조군 덕적도보다 수질 안 좋아강화 10월·인천연안 8월 '최악'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조사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한강 하류의 수질 오염도와 생태계 건강성이 '나쁨' 수준으로 확인됐다. 한강 하류, 강화도 인근, 인천 연안에서 채취한 시료에선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되는 미세플라스틱과 합성머스크화합물도 검출됐다.인천시는 지난해 4~12월 한강 하류 3곳, 강화도 인근 3곳, 인천 연안 4곳 등 총 10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분석하는 방식으로 한강 하구 환경기초조사를 진행했다. 계절에 따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5·8·10월 세 차례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염분이 포함된 한강 하구 특성을 반영해 해수 수질 조사 기준을 적용했다.수질 평가(1~5등급) 부문에선 한강 하류 3곳 대부분이 가장 안 좋은 등급인 '5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8월과 10월 조사 결과는 3곳 모두 5등급을 기록했으며, 5월엔 3~5등급으로 나왔다. 시기별로 보면 5월에 가장 수질이 좋았다가 8월에 가장 악화한 뒤 10월에 다소 회복하는 흐름이다. 위치별로 보면 상류일수록 수질이 안 좋고,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을수록 그나마 양호했다.강화 인근은 8월에 2~5등급으로 다른 시기에 비해 수질 상태가 좋았고, 10월에는 4~5등급으로 가장 나빴다.인천 연안 4곳은 5월에 2~4등급으로 조사됐으며, 8월과 10월엔 4~5등급으로 측정됐다. 8월보다 10월의 수질이 다소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대조군으로 설정해 조사한 덕적도 해역은 1~2등급으로 한강 하구 수역보다 좋은 상태를 보였다.인천시는 이번 연구용역에서 생태계 건강성(1~7등급)도 조사했는데, 수질과 마찬가지로 한강 하류 지역이 가장 나쁜 등급을 받는 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 건강성 조사는 KBQI와 ISEP 두 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KBQI는 생물의 출현을 기반으로 하는 건강성 평가 방법이다.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에서 출현하는 종이 많이 발견될수록 건강한 서식처다. ISEP는 서식 밀도와 생체량 균등도를 기반으로 한 평가 방법이다. 개체 수는 고르게, 생체량은 일부 대형 종이 출현할수록 건강한 서식처로 평가한다.생태건강, 난지 연중 '최저 등급'서남물재생센터 등 악영향 추정 이번 생태계 건강성 평가에서 한강 하류 난지·서남 물재생센터 인근 시점은 시기 및 평가 방법과 관계없이 모두 가장 낮은 등급인 7등급을 받았다. 난지·서남 물재생센터 방출수가 생태계 건강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나머지 한강 하류 조사 지점 2곳도 6~7등급을 받았다.생태계 건강성 평가는 강화도 인근에서 인천 연안 쪽으로 갈수록 양호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천 연안은 3등급 안팎의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일부 조사 지점에서 6등급이 나오는 등 향후 악화할 가능성이 있었다.이번 연구용역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연안환경생태연구소 유재원 대표는 "해수 기준을 적용해 오염도 등을 평가했는데, 한강 하구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강 하구는 지속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고, 특히 한강 하구 특성(밀물·썰물에 의한 정체 현상)을 반영한 조사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 참조·관련기사 3면(물고기 뱃속까지… 미세 플라스틱, 어디에나 있었다)/정운기자 jw33@kyeongin.com인천시가 지난해 4~12월 한강 하류(고양·파주·김포) 3곳, 강화도 인근 3곳, 인천 연안(영종도 해역) 4곳 등 10곳에서 진행한 '한강 하구 환경기초조사 연구용역'에서 미세플라스틱과 합성머스크화합물이 검출되는 등 한강 하류의 수질 오염도와 생태계 건강성이 '나쁨' 수준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하류와 임진강 하류가 만나 서해로 빠져나가는 중립수역 일대 모습.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한강 하구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서로 섞이는 기수역(汽水域)이다. 국내 4대강 가운데 자연적 하구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강 하구가 유일하다. 낙동강, 영산강, 금강은 하굿둑 등 구조물을 설치해 강과 바다를 인위적으로 분리했다. 한강 하구는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인천 강화군 볼음도와 영종도 남단에 이르는 수역을 일컫는다. 생물 종(種)이 다양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수역임에도 이곳에 대한 환경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강 하구는 상류에서 유입된 오염 물질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정치적·군사적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환경 조사조차 불가능하다. 강물~바닷물 만나 오염물 유입에도정치·군사적 이유로 조사조차 불가 인천 강화도 선수선착장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볼음도'. 이 섬은 강화도 본도 서편, 교동도 남서쪽에 있다. 한강 하구 권역 중에서 서쪽 끝에 위치한 섬이다. 지난달 13일 찾은 볼음도 북쪽 해변에는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어구로 보이는 스티로폼도 있었지만,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육지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였다. 비닐류, 농구공, 축구공, 페트병, 차량 부품 등 십여 가지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도로에서 차단막으로 쓰는 붉은 플라스틱, 페인트통, 농약병, 파이프 등도 보였고, 나뭇가지 등 초목류도 이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일부 쓰레기는 원형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삭았다. 오랜 기간 방치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볼음도 북쪽 해변에 있는 쓰레기들은 육지에서 한강 하구를 따라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볼음도 남쪽 해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는 북쪽 해변과 대조적으로 바다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보이는 폐어구 100여 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대부분 스티로폼 재질의 어구였고, 중국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재질의 부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볼음도 북쪽과 남쪽 해변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종류가 다른 이유는 이 섬의 특성에 기인한다. 볼음도가 한강 하구 서쪽 끝부분에 있다 보니 한강을 따라 내려온 육지 쓰레기는 북쪽 해변에, 바다에서 버린 쓰레기는 남쪽 해변에 쌓인다는 게 섬 주민들의 설명이다. 볼음도 해변은 해수욕장처럼 여가 용도로 활용되지 않고, 주민들이 맨손 어업 등을 하지도 않는 장소다. 이 때문에 쓰레기가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고 한다. 바닷가지만 육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한강 하구 권역에 포함되는 강화도 포구 곳곳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볼음도, 北 육지·南 바다서 폐기물강화 더리미포구선 분류 기계까지 강화도 더리미포구에는 어획한 수산물을 손질·판매하는 상점이 10여 곳 밀집해 있다. 이들 상점 일부는 어획물과 함께 딸려온 쓰레기를 분류하기 위한 설비까지 갖췄다. 체망을 이용해 액체나 작은 입자의 물질을 걸러내듯 기계가 좌우로 움직이면 작은 젓새우 등이 아래로 빠지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쓰레기 양이 많지 않아 수작업으로 분류했는데, 양이 많아지면서 기계까지 들인 것이다. 기계를 갖추는 데 1천5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김진남 더리미 어촌계장은 "그물에 걸리는 쓰레기 대부분이 한강에서 떠내려온 것"이라며 "여름철 한강 상류 댐에서 방류하면 하루 이틀 뒤 이곳(더리미포구 일대)에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어구와 육지 쓰레기 상당수는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해양환경 오염은 물론 어패류를 통해 인체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한강 하구의 쓰레기들이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은 "볼음도는 한강 하구 끝부분에 위치해 있어 해양 쓰레기와 육지 쓰레기를 모두 볼 수 있다"며 "특히 북쪽 해변에 육지에서 온 쓰레기가 쌓이고 있지만 치우기가 쉽지 않다. 오염이 누적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통큰기획-한강하구를 살리자·(1)] 밀려오는 쓰레기에 몸살) /정운·김우성기자 jw33@kyeongin.com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이곳 어부들이 그물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들로 양이 점차 증가하면서 기계를 이용해서 어획한 수산물과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2022.6.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인천시 강화군 볼음도 북쪽 해변에 도로차단막, 비닐류, 페트병 등 생활 쓰레기들이 나뭇가지 등 초목류와 뒤엉켜 쌓여있다. 한강 하구 서쪽 끝 부분에 위치한 볼음도는 육지 쓰레기와 바다에서 버린 쓰레기들로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2022.6.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강 하구는 생태적·지형적으로 볼 때 김포 고촌읍 신곡수중보에서 인천 강화도로 흘러나가는 물길을 일컫는다. 한강과 서해가 교차하는 구역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버드나무 군락지인 고양 장항습지도 신곡수중보 근처에 있다. → 위치도 참조한반도 4대강 가운데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하구 대부분은 간척사업과 둑 건설로 훼손된 반면 한강 하구는 유일하게 하굿둑이 설치되지 않아 '열린 하구'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 특성을 가지고 있어 생물 다양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환경부는 2006년 여의도 면적의 약 20배에 달하는 한강 하구 60여㎢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한강 하구는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 등 대규모 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발달했다. 또 저어새와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 1·2급 26종을 비롯해 보호 가치가 높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머무르는 곳이다. 한강 하구는 자연 경관도 뛰어나다.여의도 20배 60여㎢ 습지보호구역중립수역 UN관리 민간인 출입통제 한강 하구는 강물과 바닷물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으나 일부 수역은 민간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금단의 구역'이다. 최근까지는 이러한 여건이 생태계를 보전하기에 유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쓰레기로 인한 수질 오염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화·예방 활동을 가로막는 악조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는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제대로 된 환경 기초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은 남북 간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리·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립수역 주변 수로에서만 오염 물질 등을 파악하기 위한 현황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중심부 수역에는 들어갈 수 없는 탓에 원활하지 않다.특히 한강 하구는 구간마다 밀물과 썰물의 지속 시간이 다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파주 오두산 일대는 상류 쪽으로 물이 밀려올 때 4시간가량 머물지만 김포 전류리포구는 3시간, 고양 장항습지는 2시간 정도만 머물다 바다로 빠져나간다. 오염 물질이 밀물 때 밀려왔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는데, 이는 한강 하구가 '정체 수역'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오염 물질이 한강 하구에 오랜 기간 머물면서 퇴적층을 형성했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밀·썰물 달라 오염물 퇴적층 우려도"기수역 고려 수질기준 정립 필요" 전문가들은 한강 중상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한강 하구만의 환경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창균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 하구는 서해 생태계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임진강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확한 (중립수역) 현황 조사를 토대로 오염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야 하지만 아직 조사를 위한 접근조차 이뤄지지 않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우선 물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는지 조사하고,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한강 하구만의 수질 기준이 정립돼야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한강 하구 수질 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지면, 상류에서 일정 기준치만 충족하고 흘려보내던 하수 배출 기준 등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강 하구를 살리기 위해선 중립수역에 대한 환경 조사가 선행돼야 하고, 한강 하구의 특성(정체 수역)을 고려한 환경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조치는 한강 하구뿐만 아니라 인천 연안 등 서해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다.한강 하구 쓰레기 및 수질 오염 문제가 우리의 삶과 무관치 않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온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물은 물론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강 하구에서 3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해온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미세플라스틱은 단순히 한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섭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순환하고 한강이 병들면 우리도 반드시 병든다"며 "손상된 환경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 기후위기가 조용히 다가왔듯 한강의 미세플라스틱 또한 조금씩 서서히 인간의 숨을 조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인천시 강화군 더러미 포구에서 한 어민이 바다에서 건져올린 어망의 쓰레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2.05.1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을 수도권 규제에서 제외하지 않고는 비수도권보다 낙후한 현실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하지만 강화군·옹진군의 수도권 규제 완화를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의 취지를 흔드는 것이라는 비수도권 지역 입장이 완고해 연착륙할 수 있는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넘기 힘든 비수도권 반발비수도권 지역 반발은 넘기 힘든 산이다. 충북도의회는 강화군·옹진군을 수도권에서 빼는 수정법 개정에 반대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법 개정 반대 건의문'을 지난 1월 채택해 정부와 국회 등에 보냈다. 충북도의회 균형발전특별위원장 이숙애 의원은 "수도권 중심주의가 심각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이 낙후됐다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허용해달라고 하면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한 수정법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며 "전례를 만드는 순간 규제 완화가 계속되고, 수도권 쏠림 현상도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강화군과 옹진군에 특화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충북도의회 '반대 건의문' 채택"예외 허용 과밀억제 취지 무색"입장 완고… 연착륙 대책 목소리'지원법' 위계 우선적용 의견도 지방소멸 현상을 연구한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은 강화군·옹진군이 섬이란 특성으로 다른 수도권 접경 지역보다 인구 유입 가능성이 더 떨어진다고 진단하면서도 "다만 수도권 집중 문제가 오랫동안 우리 사회 화두로 이어진 상황에서 강화·옹진을 수정법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건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피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호 센터장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처럼 도서지역지원특별법 등을 제정하도록 요청하거나 도서 지역에 한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법률상 위계를 개선해 수정법보다 하위에 있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이나 '서해5도지원특별법' 등을 수정법보다 우선 적용하거나, 수정법상 접경 지역을 별도 권역으로 묶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수정법 개정돼야수정법이 규정한 수도권의 정의인 '서울특별시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그 주변 지역'에서 강화군과 옹진군 등 접경 지역을 제외하는 게 가장 간단하면서도 근원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김성원(동두천시·연천군) 국회의원과 같은 당 배준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국회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수정법 개정안 2건이 계류 중이다.강화군·옹진군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별 법률 개정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 역시 수정법이 가로막고 있다. 각종 지원법·특별법이 규정한 지원사업과 세제 혜택 등은 상당수 '수도권은 제외'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러한 법 조항이 200개 이상으로 파악되는데, 모두 개정하기엔 현실성이 떨어진다.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수정법 시행령이 서울시의 '주변 지역'으로 규정한 '인천시와 경기도'에서 강화군·옹진군 등 접경 지역을 예외로 하는 조항을 신설하자는 대안도 제시된다.200여개법 '수도권은 제외' 단서근본 해법은 '수정법 규정' 개정'강화·옹진은 예외' 조항 제안도 인천연구원 이종현 도시공간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을 제외한 채로 지원하는 개별적 법률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 말은 즉 과거 규제를 안 받는 내용에도 규제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이종현 연구위원은 "지금은 수정법과 개별 법규가 가장 문제이기 때문에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각종 법률에서의 수도권 규제는 대부분 세제와 관련한 것인데, 수도권 접경 지역에서 규제받던 게 없어진다면 청년 창업 등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인천시는 강화군·옹진군에 대해 '수도권 규제'와 '인구감소지역'이란 상충하는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 정부가 방향성을 뚜렷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시 박재연 정책기획관은 "정부가 강화군·옹진군 등 인구감소지역에 대대적인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이들 지역을 살리려면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부터 풀어야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인 배준영 의원은 "강화군·옹진군이 사실상 수도권이 아니란 걸 모두가 안다"며 "이 문제를 인수위 의제에 반영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유진주·한달수기자 pkhh@kyeongin.com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일대 전경. /경인일보DB영흥도에서도 번화가로 꼽히는 '영흥도 버스터미널' 주변은 마트와 몇몇 식당 등 저층 건물만 휑하니 자리 잡고 있다. 터미널 인근 거리에는 버스를 타려는 노인만 있을 뿐 청년은 보기 힘들었다. 영흥도는 현재 목욕탕 하나 없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도시가스 공급망 같은 기초 인프라도 갖추지 못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이다. 현재로선 강화군·옹진군을 수도권에서 빼자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가장 강력한 명분이다.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1월10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새얼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 당시 이같이 밝히고, 같은 날 인천 방문 일정에서 발표한 7대 공약에도 '강화·옹진 수도권 규제지역 제외'를 포함했다.이날 윤 당선인은 새얼아침대화 강연에서 나온 관련 질문에 "획일적 권역 설정으로 인한 수도권 내 세부 지역 간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해선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며 "강화군, 옹진군과 경제자유구역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윤 당선인은 "특히 강화군은 수도권 규제, 문화재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법, 산지·농지 규제 등 이중, 삼중 규제에 묶여 있는데 강화와 옹진 지역은 난개발을 방지하면서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재정비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尹, 인천 7대 공약에 '규제 제외'"지방자치시대 맞게 수정법 정비"인수위 단계부터 적극 논의 전망박남춘 인천시장도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윤 당선인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에게 직접 강화군·옹진군에 대한 수도권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강화군·옹진군을 수도권에서 빼자는 목소리는 20년 넘게 이어졌으나, 비수도권 지역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지역 균형 발전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분한 프레임에 갇혀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그러나 '남북의 마디' '환황해권 최북단 지역'으로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더 넓게 뻗어 나갈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강화군·옹진군의 지정학적 의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프레임을 넘어선다. 여전히 더디게 추진되는 영종도~신도(옹진군 북도면)~강화군 간 서해 남북평화도로 건설사업이나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단순한 도로와 공항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다. 강화군·옹진군을 지금처럼 낙후한 상태로 내버려두는 건 국가적 손실이다.강화군·옹진군이 획일적 수도권 규제에서 벗어날 여건은 무르익고 있다. 우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이 문제가 적극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인구감소지역 '투자와 규제' 모순'남북의 마디'… 방치 국가적 손실서해평화도로·백령공항 등 의미 중구·강화군·옹진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천시도 강화군·옹진군의 수도권 규제 완화를 인수위에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했다.특히 강화군·옹진군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선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포함됐다. 행안부는 총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인구감소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정부가 강화군·옹진군이 수도권이란 이유로 각종 규제를 가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정책적 모순이 된다. 정부가 강화군·옹진군의 수도권 규제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때다. 인천시 박재연 정책기획관은 "정부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상황으로,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강화군과 옹진군의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 구조가 만들어졌으므로 정부가 합리적으로 판단해 개선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통큰기획-강화·옹진은 수도권이 아니다·(5·끝)] 수정법 개정 전문가 의견) /박경호·유진주·한달수기자 pkhh@kyeongin.com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2022.1.10 /인천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20대 대선후보 초청 새얼아침대화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2022.1.10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을 비롯한 인천·경기 접경지역을 수도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다. 역대 정부는 저마다 규제개혁 브랜드를 만들어 불합리한 규제를 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김대중의 '기요틴'(단두대), 노무현의 '규제 덩어리', 이명박의 '전봇대', 박근혜의 '손톱 밑 가시', 문재인의 '붉은 깃발'로 상징되는 규제 개혁 구호는 모두 강화군과 옹진군을 비켜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란 프레임에서 강화군과 옹진군은 소외돼 있다.강화군·옹진군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제외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 개정안은 제16대 국회(2000~2004년)부터 제20대 국회(2016~2020년)까지 8차례나 발의됐지만, 각 국회 임기 만료 때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2024년 임기가 끝나는 현 제21대 국회에도 관련법안 2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2001년 이후 8차례 임기만료 폐기현재 2건 계류중… 市도 계속 건의수도 인접 강원·충청 반대 걸림돌 인천·경기 접경지역을 수도권 규제 범위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정법 개정안은 제16대 국회 당시인 2001년 6월 남궁석 의원이 처음으로 대표발의했다. 강화군·옹진군이 1995년 3월 인천시로 편입되고 6년이 지난 시점이다.남궁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지난 30여 년간 지속돼 온 수도권 과밀억제정책은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막지 못했을뿐더러 지방의 공동화 현상만 심화시켰다"며 "낙후지역인 접경지역을 수도권 규제범위에서 제외해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수도권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했다.2001년 수정법 개정안 발의 후 15년이 지났음에도 강화군·옹진군을 수도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제안 이유'는 달라지지 않았다.2016년 6월 제20대 국회에서 정유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정법 개정안은 "수정법이 제정·시행된 지 35년이 경과됐으나, 수도권의 과밀지역은 더욱 과밀화되고,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제21대 국회에서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을 지역구로 둔 배준영 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발의해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인 수정법 개정안 또한 "지정학적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접경·도서지역 등 낙후된 지역은 더더욱 낙후되는 문제가 발생돼 왔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인천시 차원에서도 정부에 20년 동안 꾸준히 강화군·옹진군의 수도권 규제 개선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충북 등 수도권에 인접한 비수도권 지자체 반대 입장이 확고한 영향이 크다. 정부 대안으로 '정비발전지구' 검토10년 넘게 입법화 안돼 소외 여전 충북도의회는 배준영 의원이 발의한 수정법 개정안과 관련, 지난 1월26일 '수도권 규제 완화 법 개정 반대 건의문'을 채택해 "오늘날 수도권의 발전상은 비수도권의 인구 및 자본 유출에 의한 희생의 결과임을 인식할 때 수도권 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명분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정부는 2007년부터 인천·경기 접경지역의 수도권 규제 제외 대안으로 제시된 수정법상 '정비발전지구'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비발전지구는 접경지역,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과 그 주변, 한강수계 지역 등 수도권 내 낙후지역을 별도 권역으로 묶어 현행법상 규제를 완화하는 등 투자를 촉진하자는 취지다.인천시 관계자는 "정부 쪽은 수정법에서 강화군·옹진군 등을 부분적으로 제외하면 법률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법 자체가 무력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강화군과 옹진군을 잠재적 경쟁지역으로 보는 강원·충청권 지자체의 반대도 대안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표 참조·관련기사 3면([통큰기획-강화·옹진은 수도권이 아니다·(4)] 매머드급 선거구)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영흥도에서도 번화가로 꼽히는 '영흥도 버스터미널' 주변은 마트와 몇몇 식당 등 저층 건물만 휑하니 자리 잡고 있다. 터미널 인근 거리에는 버스를 타려는 노인만 있을 뿐 청년은 보기 힘들었다. 영흥도는 현재 목욕탕 하나 없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도시가스 공급망 같은 기초 인프라도 갖추지 못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강화군이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4월 강화중앙시장 B동에 문을 연 강화 청년몰 '개벽 2333'. 개장 당시 먹거리 점포 15개와 소품 가게 5개 등 20개 청년점포가 입점했지만, 개장 2년 만에 11개 점포로 감소한 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올해 1월 문을 닫았다. 2022.4.14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수도권 121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3곳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로 묶인 선거구는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가 유일하다. 강화군(411.4㎢), 옹진군(172.9㎢), 중구(140.2㎢)를 합한 면적은 약 724.5㎢로 서울시(605.2㎢)보다 넓은 '매머드급' 선거구다. 서울 면적의 1.19배인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를 책임지는 국회의원은 1명이다. → 그래픽 참조강화군과 옹진군은 지난 20대 국회(2016~2020년)부터 하나의 선거구(당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로 통합됐다. 지금도 강화군에서 옹진군으로, 옹진군에서 강화군으로 직행하는 길이 없어 두 지역은 생활권이 전혀 다르다. 강화군은 2017년 3월 인천김포고속도로(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개통 전까지 경기 김포, 인천 서구를 거쳐야만 인천 내륙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애초 강화군은 국회의원 선거구도 오랫동안 계양구(15대), 서구(16~19대)와 묶였다. 매머드급 선거구의 탄생이 생활권이나 지역 특성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더 많이 고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유일 3개 이상 지역 묶여인구 감소 계속되자 '선거구 통합' 강화군 주민들은 2016년 2월 선거구 획정 이후 '선거구 땜질 지역'으로 황폐화하고 있다며 강화군의 '경기도 환원'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군청과 정치권에 내기도 했다.강화군과 옹진군의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하면서 국회의원 선거구가 다른 지역과 합쳐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처럼 4개 이상 기초단체가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로 구성된 사례는 전국에서 강원 3곳, 전북 1곳, 전남 2곳, 경북 2곳, 경남 2곳이다. 모두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비수도권 낙후 지역이다.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의 광역시에서도 인천처럼 4개 기초단체를 묶은 선거구는 없었다. 2020년 시작한 21대 국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강화주민들 '경기도 환원' 요청도생활권 달라 지역 이슈도 제각각 이번 21대 국회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에서 당선돼 산 넘고 바다 건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는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구(23.9㎢) 선거구의 30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중구·강화군·옹진군 유권자 수는 19만7천840명이고 종로구 유권자 수는 13만4천989명이다. 종로구는 걸어서 선거구 곳곳을 방문할 수도 있는 지역이다.배준영 의원은 여의도 국회와 가까운 '수도권 국회의원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한다. 하루에 강화군, 중구 영종도와 구도심 지역을 모두 찾으려면 이동거리만 100㎞ 정도고, 강화군과 옹진군을 하루 동안 동시에 방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여객선을 타야 갈 수 있는 섬만 수십 곳이라 국회 일정을 소화하면서 임기 중 한 번 들르기도 힘에 부친다고 한다. 배준영 의원은 "선거운동 당시 1박2일 일정으로 백령도에 갔는데 기상악화로 배가 뜨지 않아 3박4일 만에 나온 적도 있다"며 "수시로 지역 곳곳을 다니며 현안을 챙겨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지역 배준영 의원 방문일정 벅차"백령도서 3박4일만에 나오기도" 중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는 대한민국의 '육·해·공' 현안을 모두 담고 있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인천항과 대규모 배후단지가 있으며 경제자유구역(영종국제도시), 신도시와 구도심, 서해 5도와 NLL(북방한계선), 한강하구,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고려·조선에 이르는 역사문화유산, 갯벌과 멸종위기종 번식지 등 자연유산, 대규모 화력발전소, 제조업과 물류업, 농업과 어업 등 지역 이슈도 제각각이다.정치적 중요성 측면에선 다른 어느 지역 못지 않지만, 유독 정치에서 소외돼 있다. 정치권이 강화군·옹진군을 수도권이란 '한 덩어리'로 보는 이유가 크다.배준영 의원은 "특성이 각각 다른 지역들의 다양한 현안을 국회의원 1명이 챙겨야 하므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정치권이 강화군과 옹진군을 단순히 수도권으로 엮지 말고 더욱 특별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사진은 영흥도 버스터미널 주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이 '인구감소지역'에서 벗어나려면 인구 유입과 재생산이 활발해져야 한다. 지역 인구 유입 요인은 단연 '일자리'이며, 인구 재생산 요인은 '출산·육아·교육 여건'과 관련이 깊다. 특히 이동이 많은 청년층 인구가 모여 정착할 수 있어야 지역의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강화군·옹진군은 수도권 도심보다 청년이 많지 않다. 2020년 인구총조사 기준 강화군과 옹진군의 청년층(20~39세) 인구비율은 각각 15.5%(1만280명)와 22.6%(4천379명)로 인천시 전체 비율 27.9%(82만2천988명)보다 낮다. 서울시는 전체 인구 가운데 청년층 인구가 31%(297만9천543명)에 달한다.강화군·옹진군은 청년들이 정착하거나 아이를 낳아 기를 여건이 열악하다고 하는데, 이들 지역에 사는 '청년 활동가'와 '육아맘' 얘길 직접 들어봤다. "생계 이외의 일상 보낼 매력 없어"강화 청년몰 5년만에 문 닫아"영어유치원 같은 교육 인프라 부족"영흥에서 의정부로 아이 유학강화군 이주청년그룹 '협동조합 청풍'에서 활동하는 김선아(32)씨는 청년이 강화도에서 오래 머물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김씨는 "강화군의 창업관련지원제도가 없지는 않고 주택도 충분하다"면서도 "청년들이 강화 주민으로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는 여러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강화도에서 청년이 생계를 꾸리려면 창업 말고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강화도에서 태어났거나 다른 지역에서 이주한 청년 대부분은 카페나 음식점, 소품 가게 등을 차려 경제활동을 한다. 강화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규제로 산업단지, 공공기관, 대학 등 일자리를 창출할 거점시설 입지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접 규제뿐 아니라 비수도권 지역이 받는 각종 지원사업이나 세제 혜택에서도 소외돼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강화군은 청년 창업을 돕고자 2017년 4월 강화읍 중앙시장에 청년몰을 조성했고 개장 초기 점포 20개가 입주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점포 9개가 떠났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나머지 점포들도 문을 닫으면서 올해 1월 폐장했다. 김씨는 "장사가 잘된 점포는 잘된 대로, 안된 점포는 안된 대로 강화도에 남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청년들이 생계 이외에 일상을 보내기에 강화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다.문화예술 등 여가생활을 즐길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이주한 청년들이 어울릴 만한 공간도 딱히 없다는 게 김씨 얘기다. 여가를 보내려면 강화도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불편한 대중교통 탓에 만만치가 않다. 김씨는 "주거나 생계는 해결할 수 있어도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생태계는 아니기에 청년들이 고립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옹진군 영흥도 주민 권미정(43)씨는 6살 아들을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영어유치원에 보냈다. 자녀가 영어에 흥미를 느끼는 걸 알게 됐지만, 영흥도에선 마땅히 가르칠 곳이 없었다. 권씨는 "영흥도에는 원어민 강사가 있는 유치원 자체가 없어서 가족의 도움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유치원을 보내고 있다"며 "초등학교는 영흥에서 다닐 예정인데, (영어학원 등) 도시에선 당연히 누리는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걱정"이라고 말했다.아이들이 놀 곳도 많지 않다고 한다. 권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재미있는 교구를 갖춘 키즈카페나 창의력을 계발하는 놀이시설이 도시엔 널렸는데 영흥도엔 없다"며 "아이가 산과 바다 같은 자연을 누릴 수 있어 좋지만, 교육환경이 문제"라고 했다. /유진주·한달수기자 yoopearl@kyeongin.com강화군이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4월 강화중앙시장 B동에 문을 연 강화 청년몰 '개벽 2333'. 개장 당시 먹거리 점포 15개와 소품 가게 5개 등 20개 청년점포가 입점했지만, 개장 2년 만에 11개 점포로 감소한 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올해 1월 문을 닫았다. 2022.4.14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은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이 지역 특성을 살려 온전히 발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근원적 규제라 할 수 있다.'접경지역' '섬' '서해'란 특성을 갖는 강화군·옹진군에서는 오랜 기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주민의 삶이 뒷순위로 밀려야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점차 커지는 현상과는 별개로 강화군·옹진군은 지속해서 낙후됐으며, 오히려 수도권에 묶여 있어서 지역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권역별 규제 최상위권 법정계획4년제 대학 신설 금지·이전 심의일정면적 이상 개발사업도 심의산업단지는 공장총량제 등 제한중첩규제에 세제감면 등 못 받아강화·옹진, 수정법 정착후 침체기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했으나, 강화군·옹진군은 수도권도 비수도권도 아닌 채 헌법이 보장하는 국가의 의무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수정법은 서울특별시와 인천·경기를 수도권으로 정의하고, 이들 지역을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수정법으로 수립하는 수도권정비계획은 국토기본법상 대한민국 국토 전역을 대상으로 한 최상위 법정계획인 '국토종합계획'과 군사관련 법을 제외하고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단계의 법정계획이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수정법상 성장관리권역에 해당한다. 성장관리권역은 적정하게 성장하도록 하되 지나친 인구 집중을 초래하지 않도록 학교, 공공청사, 연수시설, 기타 인구 집중 유발 시설의 신증설 등을 허가해선 안 된다고 수정법에 규정돼 있다.성장관리권역은 4년제 대학 신설을 금지한다. 4년제 대학 이전과 2년제 대학 신설·이전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허용될 수 있다. 택지 100만㎡, 공업용지 30만㎡, 관광지 10만㎡ 이상의 개발사업도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추진할 수 있으며, 산업단지 지정은 공급물량 제한 및 공장총량제로 제한한다.또 강화군·옹진군은 지역 특성상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문화재보호법'(특히 강화군) '농지법' '산림보호법'과 '산지관리법' 등으로 규제가 중첩돼 있어 사실상 수도권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면서도 수도권 규제까지 덧씌워져 있다. 강화군·옹진군이 가진 습지, 갯벌, 섬 등 고유의 해양 생태와 경관은 수도권 내륙과는 전혀 다른 특성으로 수도권과의 동질성조차 떨어진다.여기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가 역차별이다. 강화군·옹진군은 비슷한 사회·경제 여건의 비수도권 지역이 누리는 '기업 지방 이전 지원' '개발부담금 감면·면제' '양도소득세 감면' '지방세 감면' 등 각종 지원정책에서 제외돼 있다. 기업 등 민간영역이 강화군·옹진군에서의 투자를 비수도권보다 꺼리는 이유다. 접경지역지원특별법 등 접경지역을 지원하는 제도와 정책을 강화군·옹진군에 적용해볼 수 있으나, 상위 법령인 수정법과 군사관련 법의 규제를 우회할 수 없다. → 그래픽 참조정부는 산업화 시기 서울과 그 주변으로 인구가 집중되자 1964년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을 도입해 수도권 규제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정부 지침 수준이던 수도권 규제는 1982년 제정된 수정법으로 정착했다. 역설적으로 수도권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강화군·옹진군이 침체기를 맞게 됐다. 1980년대부터 내리막으로 향하는 이들 지역의 인구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일대 전경. /경인일보DB사진은 영흥도 버스터미널 주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