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무차별적 시장논리와 효율성에 대한 맹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존립의 위협을 받은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늘 대학에서부터 왔고, 그 대안이란 것이 우습게도 인문학과 폐지로 이어지곤 했다. 지난 17일 인하대학교 최순자 총장이 문과대 내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폐지할 방침이라는 발언도 이런 논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최 총장의 발언은 인하대가 내년 1월 초 교육부에서 공고할 예정인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 선도대학)사업’ 때문으로 보인다. 프라임사업은 사회 수요가 낮은 인문 사회 예체능 사범계열을 이공계열로 조정하거나 단과대학을 폐지·신설하는 사업이다. 학과 신설, 학과 통폐합, 정원 이동, 캠퍼스 간 정원조정, 대학 간 정원과 교원 이동 등이 사업의 핵심으로 추진 시 대학별로 50억~300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는 학교 측의 고민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현실적 수요를 대학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로 인한 취업난 등으로 대학교육 무용론이 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질 좋은 교육과 연구가 우선돼야 할 대학이 산업현장의 일꾼을 만들어내는 직업전문기관처럼 된 것이 안타깝지만, 이것이 지금 대학의 민낯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은 인간과 문명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추구한다.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문학이 확인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자 재산이다. ‘시대의 정신’은 인문학에서 나온다. 당장 눈앞의 성과는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모든 학문과 교육의 토대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대학 당국도 인문학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신규노동력 공급 측면에서 외국보다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해도 대학을 마치 직업훈련소와 동일시 하는 인식은 대학 존재 의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학과 폐지는 대학교육 전반에 미칠 엄청난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섣불리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문과대 한 교수가 “인문학과 폐지는 인하대의 위상을 전국적인 종합대학에서 지방의 공과대학으로 전락시키는 결정”이라는 말에 우리는 전적으로 동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