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된 교수 중에는 연·고대 등 소위 명문대 교수들과 지방 국공립대 교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 사건은 원 저자, 표지 갈이 교수, 출판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벌인 추악한 범죄였다. 승진 및 재임용을 앞둔 교수들은 평가에서 높은 점수가 부과되는 저서 발간을 위해 표지갈이의 유혹에 넘어갔고, 원 저자는 인세 수입을 위해서, 출판사는 재고정리를 한다는 명목에 범죄에 가담했다. 교수는 우리 사회 최고의 지식인들이다. 그럼에도 남의 저서나 연구논문의 일부 내용을 베끼는 표절이 아니라 저서를 표지만 바꿔 통째로 출간했다니 놀랍고, 이런 비리가 대학가에서 수 십년간 이어져 온 ‘관행’이었다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고학력 지식인들의 범죄가 버젓이 자행될 수 있는 것은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 저지른 과오를 어느 정도 용인해 주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다. 이러니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과 지식인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에 대해 둔감해지고 ‘관행’이라는 명목아래 범죄행위가 끊임없이 저질러지는 것이다. 증권가 종사자들의 부정행위는 업계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 병폐다. 이번 표지갈이 교수사건 역시 학계의 뼈아픈 자성 없이는 언제나 재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식인 범죄의 증가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피폐해져 있음을 의미한다. 소명의식 없는 지식인의 증가로 우리 사회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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