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해묵은 과제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마침표를 찍었다. 28일 한·일 양국은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반성 표명’ ‘일본 정부예산 10억엔 거출’ 등 3대 합의를 이뤘다. 일본 정부는 이날 기시다 외무상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에 상처를 준 문제다.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혀 위안부 문제가 군이 관여한 일본 정부의 책임이란 사실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인도적 혹은 도의적 책임만 있을 뿐이라고 억지를 부린 것에 비하면 한 걸음 더 진전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도의적’ 등 수식어 없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명확한 표현은 합의문에서 빠졌다. 또 일본 정부의 법적책임에 대해선 모호한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졌으며,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일본) 공관의 안녕·위험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혀 앞으로 논란의 불씨를 남긴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는 극우 성향으로 치달았던 아베정부를 상대로 이런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법적책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베가 총리자격으로 사죄하고,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정부 돈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전쟁범죄 중에서도 최악의 인권유린 중 하나로 꼽힌다. 풀리지 않은 한일 현안중 위안부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된 지 24년 만에 그나마 출구를 찾은 것은 다행이다. 오래도록 맺힌 한(恨)이 단 한번의 회담으로 봄 눈 녹듯 풀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한을 품고 살 수는 없다. 위안부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번 합의가 성실히 이행돼 양국관계가 건강한 동반자의 길을 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