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둔 거리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거리를 메운 불법 정치 현수막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사거리, 지하철 역 주변에는 각 정당이 내건 정치 현수막이 거리의 풍경을 해치고 있다. 이런 현수막이 도내에만 대략 3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시각 공해'다. 1950·60년대도 아니고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현수막에 의존하는 정치홍보 행태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현수막의 대부분이 불법으로 과태료 대상이라는 점이다. 불법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3조와 제20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동법 제 8조에 따라 적법한 정치행사 또는 집회홍보에 한해서다. 또한 정당법 37조에 따라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위는 가능하다. 하지만 옥외광고물법에 특례조항이 없어 규정된 곳이 아닌 곳에 현수막을 부착하면 모두 불법이다. 각 정당이 앞다퉈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 현수막의 단속·철거는 관할 지자체의 몫이다. 지자체는 불법 현수막을 철거한 후 각 정당에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나 지자체장이 정당에 소속돼 있다 보니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선관위도 지자체와 별다를 바 없다. 선관위는 "정당이 게시하는 현수막은 정당활동의 일환으로 허용되지만 불법 여부는 해당 행정기관이 관련 법에 따라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는다. 그럼에도 현수막을 보는 유권자의 마음은 심란하기 이를 데 없다.

20대 총선이 불과 50일도 채 안 남았다. 불법 정치 현수막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유권자의 싸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빨강 파랑 노랑 등 갖가지 색이 난무하는 현수막이 거리를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당과 총선 입후보자들이 간과한 게 있다. 우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안목이 정당과 정치인들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현수막 정도로 표를 얻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지자체를 곤혹스럽게 하지 말고 정당 스스로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길 바란다. 그래서 초 봄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을 유권자에게 돌려주자.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위한 정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