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살생부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살생부 논란은 지난 26일 비박계인 정두언 의원이 "전날 김무성 대표 측근을 만났더니 '김 대표가 현역 의원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했고, 거기엔 나도 포함됐다"고 말하면서 제기됐다. 김 대표는 27일 김학용 비서실장을 통해 "물갈이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28일 이에 대해 "김 대표가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는 문자를 발송한 직후, 양해를 구하는 전화까지 해왔다" 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에서 "누구로부터도 또 어떤 형태로든 공천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고, 말을 들은 적도 없다" 고 부인했다.

살생부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김 대표와 '직접 들었다'는 정 의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진위를 가리기 위해 긴급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8대 총선 때의 친박 학살, 19대 총선에서는 친이 표적 낙천 등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는 정치의 존재 자체를 의심케 만드는 전형적 구태다. 이뿐만이 아니라 청와대와 내각 출신 인사들을 공천하려는 '진박 마케팅'은 새누리당이 과연 집권당 자격이 있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의 말의 진위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당의 공천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고 있을 개연성이 문제의 본질이다. 김무성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사실상의 전략공천인 우선추천과 단수추천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공천은 정당의 주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특정 권력이나 힘에 의해 후보가 결정된다면 이는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며 공당(公黨) 포기와 다름 없다.

새누리당의 살생부 논란은 국민을 우롱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오만함의 극치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전형적 구시대적 작태다. 입으로는 안보와 민생을 얘기하는 집단이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몰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권의 분열에서 오는 반사이익에 기댄다면 선거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대오각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