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6년 12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온 청나라 태종 앞에 무릎꿇은 인조는 이른바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행하며 땅에 머리를 박아 피투성이가 된 치욕을 겪는다. 국력을 키우는데 소홀히 하고 당파 싸움에 매달렸던 우리 역사의 뒤안 길이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 속에 있다. '청와대와 워싱턴 백악관을 무자비하게 짓뭉개 놓겠다'는 으름장이 연일 반복이다. 언제 북한의 도발이 발발될지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려 있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광대놀음 틈새에 낀 우리는 사드배치 등 안보대책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손조차 쓰지 못하는 신세다.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안도 안보리에서 발목이 잡혀 언제 결의가 될지 아니면 내용이 바뀔지 모를 운명에 놓여 있다.
이 같은 긴박한 위기상황에 국회는 필리버스터라는 무제한 토론의 틀 속에 갇혀 한심한 밤낮을 보내고 있다. 북의 위협속에 테러방지법이 묶이고 민생관련법 등 국회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있다. 일부 시민 단체는 주말마다 서울도심에 모여 민중궐기라는 시위에 매달리고 있다. 갈등으로 쪼개지고 민생과 안보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국력소모의 극치다. 위기에 대처하려는 응집력이나 국가 정체성은 찾아볼 수 없고 저마다 자기중심적인 이기에 빠져있는 모습들이다. 3·1운동에 나타난 선열들의 나라 지키려는 목숨 건 희생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3·1절에 되돌아봐야 할 자화상이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