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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관객들의 갈채를 먹고 산다. 무명이란 단순히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를 향한 갈채가 적은만큼 가난하고 고달프다.

꿈은 배를 불리지도, 옷을 입히지도 못하기에. 20년째 아동극 무대에 오르는 장성필은 파트라슈 분장을 하고 대사 한 줄 없지만 누구보다 열정을 불태운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형편에 꿈만 향해 달려가는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지치고 답답하다.

그러던 중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 세계적 감독 깐느 박이 '원석 같은 배우'를 찾겠다며 신작에 출연할 배우를 찾는 오디션을 진행한 것이다.

장성필은 자신의 연기를 많은 이들 앞에서 선보이고자 오디션에 참여하지만 실수를 연발한 끝에 결국 비웃음 속에서 퇴장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같은 극단 출신인 국민배우 설강식의 도움으로 영화에 출연한다.

석민우 감독의 '대배우'는 천만요정 오달수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올드보이'(2003)에서 생니를 뽑히는 감금방의 괴남자. '달콤한 인생'(2005)에서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기묘한 무기 밀매상으로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이후 줄곧 흥행작에 출연해 한국영화의 성공사와 함께 해온 오달수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그는 연기인 듯 연기가 아닌 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장성필이라는 인물을 이끌어낸다. 여기에 윤제문이 국민배우 설강식으로, 이경영이 깐느박으로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로 어우러지며 자연스레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명민, 김새론, 유지태, 이준익 감독이 까메오로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대배우'는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만이 진짜 배우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역설적으로 천만요정 오달수를 통해 되새기게 만든다. '대배우'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연극 무대에서 구슬땀 흘리며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배우들을 위한 영화다.

더 나아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영화는 '꿈'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꿈만 꾸며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엔딩 크레딧의 쿠키영상에는 출연 배우들의 오디션 장면과 주연 배우들의 연극배우 시절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화는 그들이 모두 대배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