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원은 한국 사회가 전통 사회에서 현대적 산업 사회로 변모하던 시기를 살면서, 동시대의 화가들이 전통적 표현과 기법을 버리고 서양의 방식을 따랐던 대세에서 벗어나 우리의 전통에 뿌리를 둔 현대화를 추구했다.
보통 산수화가들은 유토피아형 이상경이나 실경 중 하나를 선택하기 마련이나, 박세원은 실경산수화와 이상경산수화의 특징을 융합, 조화시켰다. 또한 원근법과 산뜻한 채색법, 안개를 이용한 합리적인 공간 표현 등 현대적 기법으로 세련되고 모던한 산수화를 탄생시켰다.
그의 산수화는 말초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현대 미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붓의 미묘한 흔적과 은은한 채색을 관찰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 보면 볼수록 느껴지는 잔잔한 감흥, 편안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화면 전반의 뉘앙스 등은 박세원 작품세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경이다.
이천/박승용·서인범기자 ps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