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중국의 호의에 힘입어서인지 북한 리 외무상은 26일 연설에서 한반도 긴장의 원인은 미국에 있다며 "미국은 몸서리 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기자회견에서는 한술 더 떠 "추가 핵실험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렸다"면서 5차 핵실험 가능성도 시사했다. 리 외무상의 이런 허세와 협박을 왕이 외교부장도 지켜 보았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핵포기를 거부하며,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데 급급한 북한의 협박을 왕 부장이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번 ARF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 외교의 입지가 어느정도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 외교의 무능함을 드러낸 회의였다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중국의 태도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북한의 핵이 존재하는 한 사드배치는 자위권 차원에서 택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ARF 회의서 뿐만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연일 한국을 비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 화장품의 품질 문제를 들고 나오는가 하면, 중국 내 탈북자를 다시 체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중 관계를 노골적으로 들먹이며 우리를 압박하는 중국의 태도는 대국의 면모라고 보기 힘들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고, 오히려 핵을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용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 행동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국가라고 자화자찬한들 이를 받아들일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 말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국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을 동원해 양국의 무역관계를 들먹이는 지금의 행동은 겁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국은 이제 대국이란게 무엇인지 풍모와 처신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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