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항공사 여승무원을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성남지원에서 호송대기중 도주한 민모씨를 붙잡기 위해 경찰이 성남시와 경계인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서 사진을 들고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올초 항공사 여승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구치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감시 소홀을 틈타 도주했다.

 ▲도주상황=경찰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께 성남시 중원구 단대동 수원지검 성남지청 별관 3층 구치감 앞 복도에서 살인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민모(37)씨가 교도관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
 이날 성남지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민씨는 성동구치소 입감을 위해 교도관 2명이 피고인들을 포승줄로 묶는 과정에서 교도관 2명을 밀치고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온뒤 별관 옆 담을 넘어 단대동 주택가로 달아났다는 것.
 민씨는 당시 청색 수인복을 입고 수갑을 찬 상황이었다.

 ▲도주후 행적=단대동 주택가에 숨어든 민씨는 청사에서 200여m 떨어진 단대동 89 앞길에서 입고 있던 수인복을 청색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대동 주택가에 버려진 수인복을 수거한 경찰은 민씨로 보이는 30대 남자가 청색 운동복을 입고 수갑을 빼내려 애쓰다 달아나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를 확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특히 민씨가 주택가에서 운동복을 훔쳤을 가능성과 함께 누군가와 사전에 공모, 옷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민씨는 또 도주 후 50분여 뒤인 오후 4시5분께 성남시 중원구 중동 김약국 앞 공중전화에서 친구에게 전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과 구치소 대응=경찰은 예상 도주로 및 성남시 진출입로에 병력을 긴급 배치, 검문검색을 실시하는 한편 직장동료였던 택시회사 직원 등 민씨 주변인들의 주소지에 형사대를 급파했다. 법무부 산하 성동구치소도 곧바로 키 172㎝, 몸무게 70㎏, 넓은 이마의 호남형 얼굴인 민씨를 현상수배했다.

 민씨는 지난 3월16일 오전 1시10분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항공사 여승무원 최모(27·여)씨를 택시에 태우고 가다 최씨를 협박해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최씨의 목을 운동화끈으로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석연치 않은 도주상황=경찰과 구치소측은 민씨가 별관 3층에서 달아났다고 발표했으나 수갑을 찬 민씨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도관 2명의 추적을 따돌리고 1층까지 내려와 별관 옆 담을 넘어 도주했다는 사실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청경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별관 1층까지 도주하도록 민씨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실제로 민씨의 도주과정에 대해 구치소측과 검찰청 청경들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성남지청의 한 청경은 이날 구치소 이송을 위해 별관 옆 주차장에서 4명의 피고인들과 함께 호송버스 승차대기 중이던 민씨가 “화장실에 가겠다”며 포승줄을 풀게 한뒤 2명의 교도관을 밀치고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민씨가 별다른 제지 없이 그토록 빨리 도주할 수 있었던 것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다.


<도주한 민병일 사건은? 女승객 협박 카드갈취후 살해유기>

 분당 여승무원 살해죄로 2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도주한 민병일(37)씨는 지난 3월 16일 새벽 1시께 성남시 서현동에서 항공사 여승무원 최모(27·여)씨를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에 태웠다.

 최씨가 잠든 틈을 이용해 신용카드를 훔친 민씨는 광주로 택시를 몰고가 오전 4시께 최씨를 협박,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최씨를 목졸라 살해했다.
 민씨는 성남으로 돌아오던 길에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 부근 도로 옆 제설함에 최씨 사체를 유기했으며 이후 5일간 최씨 신용카드로 717만원을 인출했다.

 실종 6일째 최씨 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최씨가 실종 당일 택시를 탔다'는 목격자 진술에 따라 성남 지역 택시기사로 강도 등 전과9범인 민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같은달 28일 긴급체포,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민씨는 범행 후에도 버젓이 성남일대에서 택시 영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이유에 대해 “경마 빚이 늘어나고 교통사고 자책금으로 월급 일부가 삭감됐으며 신용불량자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