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중 크지 않지만 카체이싱 대부분 직접 소화
악역 변신 조정석에 류준열·공효진·염정아 출동
탄탄한 서사 아쉬움 속 배우들 보는 재미 '쏠쏠'
■감독 : 한준희
■출연 :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 염정아, 전혜진
■개봉일 : 1월 30일
■범죄, 액션 /15세 이상 관람가 /133분
국내에서 범죄자를 쫓는 형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다.
이런 소재는 특별한 연출과 탄탄한 서사, 배우들의 연기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흥행이 쉽지 않다.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뺑반'은 안타깝게도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꽉 채우지 못했다.
국내 영화 최초로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카체이싱(자동차끼리 추격) 액션을 더해 색다른 연출을 시도했지만, 익숙한 권선징악을 그린 서사는 아쉽다.

볼거리가 풍성한 연출에 집중하는 관객은 이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오겠지만,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하는 범죄 액션을 그린 영화를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 있다.
또 '분노의 질주'처럼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짜릿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카체이싱을 원한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 할 수도 있다.
카체이싱신 90% 이상을 배우들이 직접 소화하며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지만,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카체이싱은 영화의 작은 일부일 뿐, 전반적인 초점은 우리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뺑소니 전담반에 맞춰진다.
대신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웃음기 쏙 뺀 조정석의 연기는 놀랍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 역을 맡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그가 연기한 자수성가형 사업가인 정재철은 불우했던 어린시절의 영향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또 돈으로 권력층을 쥐락펴락하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술술 피해간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에게는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조정석이 이번 작품을 통해 변신을 시도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잘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컸다.
이전 작품들에서 주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조정석표 악역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조정석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하고, 초조해 하는 정재철의 감정을 눈을 깜빡 거리고, 말을 더듬는 등의 행동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했다.
뺑반 에이스인 서민재 역을 맡은 류준열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는 영화 초반 매뉴얼없이 본능적으로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고, 어수룩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손석구의 이미지 변신도 눈길을 끈다. 극중 금수저 검사 기태호 역을 맡은 손석구는 시연 역의 공효진의 조력자로 활약하며 곳곳에서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여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전작 차이나타운에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선보였던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들을 담아냈다.
공효진, 전혜진, 염정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폭넓은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