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노후 상수도관이다. 관리시스템 미비와 업무과실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물론 타당하지만 아무래도 문제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매설된 지 30년이 지나도록 교체나 개량이 이뤄지지 않은 낡은 관로로 귀결된다. 환경부의 '상수도통계 2018'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으로 도수관·송수관·배수관·급수관을 포함한 전국 상수도관의 전체 길이는 20만9천34㎞. 이 가운데 14% 2만9천369㎞가 땅에 묻힌 지 30년이 넘었다. 인천의 경우도 전체 상수도관 가운데 14.5%가 30년을 넘긴 것들이다. 교체율은 0.6%에 불과하고 개량률은 아예 제로다. 지난달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에선 1998년 이후 22년 동안 상수도관로를 단 한 차례도 씻어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인천시는 사태 수습을 위한 핵심방안의 하나로 노후 상수도관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36.4㎞에 이르는 상수도관을 정비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들어갈 사업비가 어림잡아 1천159억원이다. 올해 안에 459억원을 투입해 우선 14.4㎞를 정비한 뒤 2020년에 9.4㎞, 2021년에 12.6㎞를 순차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계획의 중심엔 '연내 300억원 이상의 국비지원 확보'가 있었다. 지난달 15일 국회 환노위가 사태의 조기수습 명목으로 노후 상수도관 정비 예산 321억3천만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증액 편성할 때만 해도 그게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5조8천3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에 인천지역 노후 상수도관 교체 예산은 없었다.
국회 예결소위까지 통과한 '인천 지역 노후 상수도관 긴급 복구 사업비' 명목의 예산 321억3천만원이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가 광역지자체의 상수도망 사업에 국비를 투입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내년에도 적용될 원칙이다. 다른 방법으로 국비를 확보할 뾰족한 수도 없는 상태다. 국비확보를 자신했던 인천시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우선 자체예산으로 수도관 정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시 관계자의 답변은 너무나 궁색하다. 낡은 상수도관 교체는 당장 첫걸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사태발생 67일 만에 가까스로 '수돗물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사설]'노후 상수도관 교체' 첫걸음 부터 난관이다
입력 2019-08-06 20:16
지면 아이콘
지면
ⓘ
2019-08-07 2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