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한 한미동맹에 이상 조짐이 보이고 있다. 19일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협상 도중 미국 측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한미동맹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할지, 하지 않을지 추측하지 않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리 양국 간 방위비 분담금 이견의 폭이 좁혀들지 않고 있다고 해도 협상 대표가 회의장을 뛰쳐나가고, 압박용이라 해도 우리에게 민감한 사안인 주한미군 문제를 들고 나온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존 협정의 틀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은 SMA에 규정되지 않은 주한미군 인건비(수당), 군무원이나 가족 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훈련 비용 등 새로운 항목을 '미국의 기여'라고 주장하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내에서도 금액을 미리 정해놓고 억지로 근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국방비 증가율'수준인 7.4% 인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이 역시도 물가상승률,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등 여러 지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우리는 미국이 5배가 넘는 분담금 요구에 더해 주한미군 철수 운운하는 것이 자칫 국내에서 반미감정을 유발하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미국의 비상식적인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어제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들이 분담금 과도증액 저지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국회 국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SMA 원칙에서 벗어나는 부담을 요구하면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하기로 했다. 일부 사회단체는 과도한 방위비 증액요구를 철회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의 지나친 방위비 인상 요구는 과연 한·미 관계가 그동안 동맹관계였는지 회의가 들 정도다. 인상 요구도 지나치게 집요해 미국에 동맹이란,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기반을 두기보다 그저 거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론까지 들먹이니 비애감마저 느낀다. 미국은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70여 년간 굳건하게 유지돼 온 한미동맹 차원에서 방위비 협상을 매듭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