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서 열리는 첫 회고전 '의의'
막내딸 부친 유작 상봉 '눈시울'
얼어붙은 남북관계도 봄 오길…
황영준의 이번 전시회는 다음의 몇 가지 의미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충북 옥천 출신의 월북화가로 남한에서 열리는 첫 번째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점, 둘째 조선화의 장르를 개척하여 북한에서 높은 대우를 받은 공훈화가라는 점, 셋째 인천 출신의 이당 김은호에게 낙청헌 화숙에서 그림을 배운 제자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월북 화가로서 민족분단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은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게 한다.
더욱이 지난 10일 개막식에서 그의 혈육인 막내딸 황명숙씨가 생전의 아버지와 이루지 못한 상봉의 한을, 아버지의 유작들과 극적으로 상봉함으로써 풀어 개막식에 참석한 주위 사람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남한에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1950년 월북한 황영준은 북한에서 다시 결혼을 하지 않고 남한의 가족들을 그리며 살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는 그가 평생 그려온 여러 장르의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전통적인 수묵화를 비롯하여 사실적인 묘사와 색채가 특징인 조선화의 산수, 화조, 곤충과 식물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상이나 건설현장과 공장의 노동자들을 그린 인물 등 200여점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역량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들은 금강산을 비롯한 실경 산수화라 하겠다. 특히 금강산, 백두산, 묘향산 등은 그동안 남한의 작가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었던 천하절승의 풍경들로 북한화가 황영준은 이를 다양한 기법으로 연구하고 표현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선화로 발전시켰다.
특히 그의 금강산 그림들은 과거 겸재나 단원의 진경산수와 달리 화려한 색채와 풍부한 점묘, 선묘들을 구사하여 새로운 실경산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겸재나 단원이 절제되고 생략된 필선으로 진경산수를 완성했다면 황영준은 실경의 현장성을 바탕으로 풍부한 색채와 리얼리티를 통해 그만의 개성적인 조선화로서의 실경산수를 구현한 것이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작가의 그림을 통해 실제 금강산을 유람하는 듯 생생한 자연의 현장성과 조형미를 함께 감상하게 된다. 이는 바로 조선화의 특징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개척한 조선화는 대중적인 감성과 정서로 쉽게 이해하고 감상을 할 수 있는 조형형식으로 북한의 이념적 바탕 위에서 탄생된 것이다. 한편 금강산의 화려한 풍경과 달리 이름 모를 북녘 마을의 산하와 풍경들은 한없이 소박하고, 연필로 그린 잠자리나 새 등의 작은 소재들은 섬세하고 고졸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 전시회의 구성은 매화그림에서 시작하여 매화그림으로 끝을 맺는다. 말하자면 이 전시회를 통해 매화 향기 가득한 봄이 오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스승 이당의 고향 인천에서 펼친 북한화가 황영준의 매화를 보면서 근래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깊은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오기를, 평화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구 작가·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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