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명산절경 사계절 담았지만
전시 전체 느낌은 화사한 봄빛
금강산 등 남북 잇는 교량 역할
왁자지껄 교류전 열리길 '소망'


박영정 사진 정장
박영정 인천 연수문화재단 대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10년 가까운 단절을 딛고 남북 문화교류가 펼쳐졌다. 북한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이 내려와 평화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공연을 강릉과 서울에서 진행했고, 연이어 남한 예술인들이 평양 시민들 앞에서 새봄을 여는 희망을 담은 공연을 펼친 바 있다. 당시엔 예술 교류만이 아니라 연이은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봄의 훈풍이 불었다. 그 2018년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이다.

지난 1월부터 한 달 남짓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는 남북관계의 한파를 녹이는 '조선화가 아카이브Ⅰ황영준展-봄은 온다'가 열렸다. 한겨울에 열리는 전시이기 때문일까. '봄은 온다'라는 부제에는 '봄이 꼭 왔으면 한다'는 다짐 같은 게 느껴진다. 아직은 봄이 오지 않았다는 현실 인식이 배어 있는 것이리라. 혹은 황영준의 조선화 전시가 한반도의 봄을 가져올 것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화봉 황영준(1919~2002)의 작품들은 금강산과 백두산, 묘향산 등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풍경이 상상되는 산수화가 주를 이루었다. 선묘와 점묘를 이용하여 화폭을 메워가는 황영준의 그림들은 화사하면서도 아련하게 봉우리들이며, 폭포들이며, 마을들을 담아내고 있다. 명산절경의 사계절을 다루고 있는 200여 작품이 다양한 풍경을 연출하였지만 전시회 전체가 풍기는 느낌은 화사한 봄빛 같은 것이었다.

북한 조선화의 특징인지 아니면 작가 황영준 작품들의 특징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전시 작품들의 밝고 기운찬 화폭들은 말 그대로 봄빛을 발하고 있었다. 전시는 마치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대북 개별관광을 부르는 손짓 같았다. 이번 전시에는 금강산관광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금강산 그림들이 특집으로 꾸며져 있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북한 관광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의 옛 풍경(평남 양덕 은하리 황금산, 1959)도 소개되어 있다.

2019년부터 일체의 남북 왕래가 중단되고 교류 협력도 전면 중단의 상태에 놓여 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이나마 남북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해 준 것 같다. 그러나 인적 교류 없는 작품의 전시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 전시회를 통한 남북 미술교류로 이어지고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 작가와 비평가들이 어울려 품평도 하고 논쟁도 하는 사람들의 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봄이 온다'(봄이 오길 바란다)고 진언하듯 다짐할 것이 아니라 머지않은 시기에 남북 미술 교류전이 왁자지껄 열리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박영정 인천 연수문화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