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지인 없는 곳 두려움 증폭
과거 답답함 느껴 한국 떠났지만
귀국해보니 국민보호 '최고' 실감
오래지 않아 코로나 사태는 프랑스에도 닥쳤다. 인종차별 피해는 바로 나의 일이 되었다. 내 앞에서 대놓고 손 소독제를 짜서 바르는 사람, 마트에서 나를 마주치면 돌아가는 사람, 나에게 인사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캐셔. 그 사이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 수는 늘었고, 바이러스 공포는 그만큼 커졌다. 곧이어 프랑스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휴교령이 내리기 전날까지만 해도 나는 마트에 가서 생필품을 평소보다 많이 샀다. 프랑스 친구들은 물건을 사재기하는 나를 유난 떤다고 보았다.
어느 순간, 불현듯 나의 처지를 깨달았다. 나는 프랑스인도 아니며, 이곳에 가족도 없고, 나를 보호해 줄 지인도 없으며 병원에서 나의 상황을 설명할 만큼 불어가 유창하지도 않다. 만약 내가 확진자가 된다면 나의 상황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내가 그것들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밤에 잠도 들지 못하게 했다. 이러다가는 바이러스에 죽는 것이 아니라 정신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동시에 이런 두려움에 휩싸이는 나와 상반되는 프랑스 시민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나를 화나게 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왜 마스크를 하지 않느냐고 소리치지만 정작 자신들은 기침을 할 때에도 얼굴을 가리지 않는가. 그리고 만약 그 위험이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이들에게 가장 나중의 순서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나는 빠르게 공항상황을 검색했다. 공항 터미널 축소 소식이 떴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 표를 샀다. 지난 16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유럽발 여객에 대한 특별검역이 시행된 첫날이었다. 공항에서는 육군 현장지원팀이 안내했다. 비로소 보호받을 수 있는 고국에 왔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한순간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저절로 '이게 나라다'란 말이 떠올랐다. 나는 프랑스에서 여행자도 거주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항상 생각했다. 그들에게 나는 단지 동양에서 온 이방인이다. 한국의 여러 가지 답답한 부분 때문에 프랑스로 떠난 나였지만 역시 고향이 최고다. 지금의 한국은 단순히 고향이어서 최고가 아니고, 유럽과 아메리카 그리고 옆 나라 중국과 일본을 비교했을 때 최고 수준의 국가서비스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최고의 나라이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우리나라는 그것을 가장 잘하고 있는 나라이다.
/유연주 에꼴나시오날슈페리어다흐 드 부르쥬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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