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공급량 '7만1천식 → 3천식'
음식 담는 라인 20개 중 2개 가동
500명 일하던곳도 20여명만 근무
"2001년 개항이래 이런 위기 처음"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내식 생산시설도 사실상 '휴업' 상태다. 하루 평균 7만1천식을 공급하던 공장의 생산량은 하루 3천식으로 줄었다.
2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 있는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 평소라면 식자재가 가득 쌓여 있었을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음식을 그릇에 담는 일을 하는 '디시 업(dish up)' 작업장도 한산했다. 20개 라인 중 2개만 가동되고 있었고, 작업 인원도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150여 명이 일했다. 평소라면 음식과 작업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작업장에는 빈 기내식용 카트만 빼곡히 쌓여 있었다.
각 그릇의 음식을 승객이 먹기 편하도록 1인용 쟁반에 담는 곳인 '트레이 세팅' 작업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 약 500명이 일하는 곳이지만 이날 근무자는 20여 명에 불과했다.
냉장창고에서도 음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일과 채소 등 다양한 신선식품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냉장창고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주문한 오렌지 주스와 컵, 주전자 등 잡다한 물품만 있었다.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는 2001년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하루 평균 7만1천식(지난해 기준)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내식 공장으로, 대한항공 등 20여 개 항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내식 생산도 급감했다. 2월 첫째 주부터 9주 연속 하루 평균 생산량이 감소했다. 할 일이 없어지면서 근로자 수도 1천300여 명에서 35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500여 명이 권고사직으로 일터를 떠났고, 무급·유급 휴직 인원도 450여 명에 이른다.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 김세용 수석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래 이런 위기는 경험한 적이 없다"며 "개항할 때도 기내식 생산량이 (하루 평균) 3만식은 됐는데, 지금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수출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큰 대한민국의 산업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항공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산업도 함께 무너질 가능성 크다"며 "정부는 무너진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