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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쏘아 올려 달에 착륙시키는 과정은 골프와 흡사하다. 가장 파워풀한 드라이브 샷으로 공을 멀리 보낸 다음 아이언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뒤 퍼터로 홀에 넣는 게 골프의 플레이 과정이다. 로켓을 다단계 추진체로 나눠 순서대로 연소시키며 추진력을 얻는 우주로켓의 원리와 닮아있다. 골프에서 가장 정교함이 요구되는 퍼팅은 로켓에서 분리된 캡슐을 최종적으로 달에 안착시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골프 문외한(?)이면서 이런 로켓의 원리를 창안한 사람이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고다드'다. 로켓이 하늘로 올라가면 중력을 극복하고 점점 빨라져야 하는데 그가 로켓연구에 뛰어든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를 하나의 탱크에 싣지 않고 몇 개의 탱크에 나눠 실은 뒤 소진된 탱크를 몸체에서 분리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로켓 무게를 줄여 운항거리를 늘리고 속도는 물론 연료효율도 높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그가 1926년 실험로켓을 발사해 처음으로 성공한 양배추밭은 미국의 역사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그가 양배추밭에서 발사한 로켓은 고작 12m를 올라가 2.5초 동안 날아간 후 떨어졌다. 그런데도 이 곳은 '로켓과학의 성지'로 불린다. 그만큼 로켓과학에 대한 그의 기여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우주장정거장 도킹에 성공한 첫 민간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도 고다드가 쏘아올린 실험용 꼬마로켓의 직계후손이다. 하지만 그가 로켓연구에 매진할 때, 지금과 달리 그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인류의 미래'(미치오 카쿠)란 책에서는 고다드와 언론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고다드가 우주여행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1920년 '뉴욕타임즈'는 "고다드 교수가 작용, 반작용의 법칙도 모르면서 대학의 안락의자에 앉아 헛소리만 늘어놓고 있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이후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이 때 뉴욕타임즈는 "고다드가 옳았다. 과거의 실수를 뉘우치며 고다드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다. 혹평 기사를 쓴지 49년, 그리고 고다드가 세상을 뜬지 24년만이었다.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린 '일론 머스크'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는 이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는 요즘이다. 이들의 '상상'을 '몽상'으로 치부했다가는 나중에 뉴욕타임즈 꼴이 날 것 같은 세상이다.

/임성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