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_기상청장.jpg
박광석 기상청장
최근 국내 제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 화젯거리다.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가 지난 9월 공개한 작품으로, 달고나 뽑기 등 여러 유행을 만들어내며 선풍적 인기를 끄는 중이다. 그런데 이 같은 '오징어 열풍'이 지금 우리나라 서해 바다에서도 불고 있음을 알고 있는가?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이다. 그래서 따뜻한 수온 환경이 조성되는 동해에서 주로 많이 잡혔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서해에서도 오징어가 대거 출몰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지난 7월에는 충청남도 태안지역에 오징어 풍년이 들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968년 16.1도에서 2020년 17.4도로 53년간 약 1.3도 올랐다. 동해 표층 수온은 15.9도에서 17.8도, 남해는 17.9도에서 19.2도, 서해는 14.4도에서 15.3도로 전 해역의 표층 수온이 서서히 상승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명태와 도루묵 같은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이 급감하고 오징어와 같은 난류성 어종 어획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농작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에서 사과와 복숭아가, 경상북도와 전라남도에서는 한라봉이 재배된다. 이는 열대과일로까지 확장됐는데, 경상북도와 전라북도는 패션프루트, 전라남도와 제주도는 망고, 경상남도에서는 파파야가 재배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21세기 말이면 사과 재배 적지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미래에는 차례상에 사과 대신 패션프루트가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폭염·한파·홍수 등 극한기상 현상
우리 생명·재산에 직접 영향 미쳐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는 우리 삶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누군가는 '동해산 오징어 대신 서해산 오징어를, 사과 대신 패션프루트를 먹으면 되겠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극한기상 현상이다. 지난 7월, 중국 정저우시에 나흘 동안 617.1㎜의 비가 내렸다. 이는 정저우시 연평균 강수량 640.8㎜와 맞먹는 양으로, 시간당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또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는 시간당 150㎜ 이상의 비가 24시간 동안 쏟아지면서 100여 년 만의 대홍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천문학적인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폭염이나 한파는 장기간 이어지며 더 심각한 인명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 터키 등에서는 6~7월 낮 최고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나타났고, 이에 고온 건조한 기후특성까지 더해져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6월에 37년 만에 가장 낮은 최저기온을 기록했으며, 브라질에서는 7월에 50개 이상 도시에서 눈이 관측됐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18년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사회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으며, 국지성 호우의 발생빈도와 강도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류는 기후위기라는 '데스게임'속
참가자로 전락한 것일 수도
지체없는 참여·대응이 필요하다


얼마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회의장 앞에 오징어 게임 시위대가 등장했다. 그들은 세계 수장들의 탈을 쓴 채 줄다리기를 하며 '기후 게임'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 퍼포먼스처럼 어쩌면 인류는 현재 기후위기라는 '데스 게임(Death Game)' 속 참가자로 전락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 한국 드라마의 작품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지만 기후변화가 부른 오징어 열풍은 그 반대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농수산업 지도의 지각변동은 인류가 직면한 위기의 상징에 불과하다. 그러니 게임은 중단돼야 한다. 전 인류의 지체 없는 참여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이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