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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감독 :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갤 가돗, 에마 매키, 아미 해머

■개봉일 : 2월 9일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 126분


그의 회색 뇌세포가 깨어나 움직인다. 특유의 콧수염을 움찔거리며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라고 말할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다음 달 개봉할 영화 '나일강의 죽음'에서 관객을 만난다.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이자 미스터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가 탄생시킨 탐정 포와로는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으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한 인정을 지닌 신사이다. 그가 이번에는 호화 여객선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가운데 인기 높은 작품으로 손꼽히는 '나일강의 죽음'은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여성 리넷이 총으로 살해당하며 시작된 살인 사건을 다룬다.

영국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친구의 약혼자 뺏은 '리넷' 총살 사건


남편 사이먼과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온 리넷은 가장 친한 친구 재키의 약혼자였던 사이먼을 빼앗아 결혼한 과거를 갖고 있다. 그런 그가 탄 호화 여객선에는 재키를 비롯해 어쩐지 그에게 원한을 품을만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있다.

여객선 안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으로 사람들이 충격과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포와로의 날카로운 추리의 끝은 과연 누굴 범인으로 지목할까.

'나일강의 죽음'은 실제 1926년 남편의 외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아가사 크리스티가 10일간 가출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녹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78년 존 길러민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국내에서 '나일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당시 영화는 '베티 데이비스', '제인 버킨', '미아 패로우', '올리비아 핫세' 등 여배우들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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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개봉 '나일 살인사건'포스터. /Paramount Pictures 제공

올해 개봉을 앞둔 '나일강의 죽음'은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이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1978년 작품과 달리 포와로의 조수이자 조력자인 부크(톰 베이트먼)가 등장한다. 또 용의자의 수를 원작보다 줄여 캐릭터의 비중을 늘려 깊이를 더했다.

계급 벗어난 인간의 감정 직접적 표현
65㎜ 카메라로 이집트의 전경 담아내


대공황 시대였던 1930년대 당시의 사회적 계급은 영화의 바탕이 된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시대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고전 작품이지만 마치 지금이 배경인 것처럼 동시대성을 고려한 것이다. 세련되게 표현하면서도 원작의 탄탄한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감독의 고민이다.

또한 케네스 브래너는 이번에도 포와로로 분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할 예정이다. 리넷 역할에는 '원더우먼'으로 유명한 갤 가돗이 맡았고, 그녀의 친구이자 대립각을 세우는 재키 역할에는 신인 배우 에마 매키가 열연한다.

이와 함께 실제 배에서 촬영한 듯한 정교하고 거대한 스케일과 고급스러운 내부 장식의 디테일이 돋보이는 여객선 세트는 웅장함을 자아내고, 전 세계 4대뿐인 65㎜ 카메라로 이집트 나일 강의 아름다운 전경을 담아내며 특유의 질감과 이색적인 볼거리도 선사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