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화성 동탄 소재 이음동물의료센터. 래브라도 리트리버 '로이'가 헌혈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채혈을 하고 있었다. 8살 로이는 체중이 32㎏에 달하는 건장한 체격이다. 30여 분 뒤 나온 결과는 아쉽게도 '부적합'. 간 수치가 높고 적혈구 퍼센트가 35.2%로 정상범위(37.3~61.7%)에 조금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적합 결과에 보호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헌혈견도 건강한 상태가 증명돼야 헌혈이 가능하다. 2살에서 8살 사이, 몸무게는 25㎏ 이상, 정기예방접종을 완료해야만 다른 개를 위한 헌혈에 동참할 수 있다.
보호자 장호순(59)씨는 "우연히 검색하다 뜬장(바닥 면도 창살로 이뤄진 비윤리적인 철창)에서 평생 주삿바늘을 꽂고 사는 강아지들을 봤다. 공혈견이었다. 대형견 견주들이 헌혈에 하나둘 참여하면 공혈견 문제도 개선될 거란 생각에 헌혈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수혈 목적 사육 철창서 생 마감
국내 민간 독점 '동물권 미지수'
대체 목소리에 '헌혈견' 움직임

다른 개에게 수혈할 피를 공급해줄 목적으로 사육되며 철창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공혈견'을 대체하기 위해 '헌혈견'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물병원에서는 진드기 감염 등으로 반려견이 빈혈을 앓는 상황에 대비해 혈액팩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이런 혈액팩의 90% 가량을 공혈견을 사육하는 한 민간 혈액업체가 독점 공급한다. 공혈견의 건강조건과 유통과정, 혈액채취과정 등이 모두 민간의 영역이라 동물권을 존중하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공혈견은 응급상황에서 한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공혈견을 한순간에 없앨 수 없으니 동물도 사람처럼 헌혈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견 헌혈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한국헌혈견협회에서는 전국 17개(경기도 3곳) 동물병원과 협력해 견주들을 돕고 있다. 지난 7월 말까지는 596호수의 헌혈을 이끌어 냈다.
강부성 한국헌혈견협회 대표는 "결국 공혈견을 자연스레 줄일 방안은 헌혈하는 반려견인 '헌혈견' 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반려견 헌혈 관련 오해나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지속해서 헌혈에 참여할 헌혈견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영·수습 유혜연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