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출신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줄사퇴가 이어진 데 대해 외교안보팀 내부의 마찰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국빈만찬 레이디가가와 블랙핑크의 합동공연에 대해서도 '보고누락'의 문제가 아니라 '적절성에 대한 의견대립'이 원인일 것이란 견해를 내놨다.

홍기원 의원은 30일 논평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홍 의원은 미국 국빈 방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최대 외교행사'라며, 이를 앞두고 외교부 정통 관료들이 가당치 않은 이유로 직을 내려놓았다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김일범 의전비서관은 역대 대통령의 통역, 주미대사관·주유엔대표부 근무, 북미 2과장 등을 거친 베테랑 외교관이다.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외교부장관 정책보좌관,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고 밝히면서 "책임감 강한 엘리트 외교관들이 국빈방미 핵심일정인 국빈만찬 프로그램에 대해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고 일을 추진했다거나, 행사를 앞에 두고 '개인적 이유'나 '1년간 격무'를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실장의 퇴임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국빈만찬 행사에 대한 대통령 보고 미흡이 핵심 사유라면 보고 라인에 있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카소네 장학생'으로 알려진 김태효 1차장은 뉴욕 한일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일본 측 항의를 초래했고, 온 국민의 분노를 야기한 굴욕적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도 책임이 큰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유임시키고 엉뚱한 인사들만 퇴진한 것은, 결국 김성한 실장과 비서관들의 퇴진이 외교안보팀 내부의 마찰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홍 의원은 '주미대사관에서 합동공연 관련 전문을 5차례나 본국에 보냈는데 응답이 없었다'는 보도와 관련, "정상회담을 많이 준비해 본 외교관 경험에 비추어 보면 , '국빈만찬 블랙핑크 레이디가가 합동공연' 안이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되지 않아서 문제 된 것이 아니라, 합동공연을 추진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외교안보팀 내 의견대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레이디가가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이지만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마약복용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정상만찬에서 공연 시 자칫하면 국내에서 국빈방미의 성과를 가리는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며 "정상행사를 준비하는 책임 있는 공직자라면 이러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이로 인해 합동공연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계속 미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 의원은 외교 관료들의 이러한 신중함이 "문화예술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자부하는 김건희 여사 라인과의 충돌설이 나오는 배경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내놨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 또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라며 "국가의 안위가 걸린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대오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