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당상수원 인해 공장 건설 불가
일자리 부족한 마을, 노인만 남아
손님 없어 식당 운영권 무용지물
규제 묶여 주택만 덩그러니

“천지가 개벽했지” 50년 넘게 양평군 양서면에서 살고 있는 박재순씨가 집 건너편 단독주택 단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박씨가 사는 곳에는 공장을 짓지 못합니다. 사업체가 들어서기 어렵고 음식점을 세우는데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팔당상수원 규제를 받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체가 없으니 변변한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일할 만한 일자리도 없었죠. 이런 탓에 젊은이들은 밥벌이를 찾아 외지로 떠나고 노인들만 사는 동네가 돼버렸습니다.
젊은 사람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사이에 이 마을에 늘어난 것이라곤 단독주택 뿐이었습니다. 소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세컨 하우스’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박씨는 늘 시대에 뒤처진 삶을 사는 듯하다며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15년전쯤 팔당상수원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로 주민들에게 음식점 운영권을 입찰할 때 꽤 비싼 돈을 들였던 것도 같은 이유였죠.
“도로 하나만 건너면 단독주택이 다닥다닥 들어섰고…편하게들 사는데 팔당상수원 규제 지역 원주민은 규제에 묶여 집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창고도 하나 마음대로 못 지어요.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해도 창고를 못 지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죠. 억울한 마음에 식당이라도 한번 해보자 싶어 마을에 기부금을 내고 운영권을 사왔습니다.”
그렇게 박씨는 국숫집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점 문을 닫아야했는데요.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동네니까요. 들인 돈이 아까워 몇년 끌다가 결국 문을 닫았죠. 장사가 잘되는 것도 아니었고요.…까다롭게 수질 검사 받았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식당만 늘려주면 뭐합니까 외지인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먼저죠
경기도, 광주·양평 식당 규제 변화에도
형성 안된 상권, 운영 주민도 많지않아
“시대착오적 규제 완화” 냉담한 반응
음식점 입지 완화, 실효성은 의문

경기도는 최근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인 광주시 분원과 양평군 양서·국수 등 환경정비구역 안 음식점 입지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수처리 기술이 향상된 만큼 팔당상수원 인근 지역 주민을 옭아매던 규제를 완화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요.
이로 인해 새롭게 문을 열 수 있게 된 음식점은 광주시 분원 5개소, 양평군 양서 17개소, 국수 6개소입니다. 분원에 음식점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 관계자는 “환경정비구역 안에 들어설 수 있는 음식점 호수와 바닥 면적을 넓혀준다는 내용”이라며 “현 상황에서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은 음식점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것 뿐이다. 주민들 요구를 전부 들어줄 수는 없지만 도에서도 불합리한 정책을 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박씨는 이번 고시 내용을 접하더니 이런 말을 합니다. “식당만 늘려주면 뭐합니까. 장사가 안되는걸요. 팔당상수원 규제 지역 원주민이 외지인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죠.”
팔당상수원 규제의 불합리성은 비단 박씨만이 느낀 바는 아닐겁니다. 도가 전한 규제 완화 내용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할까요.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시대착오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라며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규제가 완화된 구역의 주민부터 만나봤습니다. 양평군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한 대표는 도가 고시한 이번 규제 완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음식점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이유는 음식점을 열 수 있는 원주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 있어요. 우리 동네만 봐도 원주민이 두명뿐인데 이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는 또 행정기관에서도 규제 완화 소식을 접했지만 지역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냉소 섞인 분위기도 전했습니다.
광주시 남종면의 한 관계자는 “고시 내용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면 단체장이나 이장 회의 등에서도 문의를 해오는 이가 있었을텐데 그런 적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고, 양평군 양서면 관계자도 “규제가 완화된 구역 기준으로 보면 식당 수가 한두개 늘어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구역은 이번 정책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체로 규제가 완화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규제 완화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물안개공원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재관 남종면 귀여리 이장은 본인 사례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규제로 인해 마을에 음식점 4곳을 열수 있거든요.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곳은 2곳뿐입니다. 제비뽑기에 선정돼 운영권을 가져간 분들도 연세가 있고 상권이 형성된 지역도 아니어서 여태 장사를 안 하나봐요. 팔당상수원 인근 음식점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인데 이번 정책이 주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한때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탔던 광주 분원리 붕어찜마을도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순호 붕어찜마을상인회 회장은 “규제를 풀어주면 좋긴 한데 경기가 안좋아서 2~3년째 장사가 안된다”며 “자영업 기회를 확대해주는 게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정부 주민지원사업비 삭감에
원주민들 ‘현수막·집회’ 반발
道, 가공행위 허가 건의했지만
“환경부 우려… 개선안 반려”
팔당호 지역주민들 “한강법 폐지하라”

정부가 최근 주민지원사업비를 삭감하면서 팔당호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수돗물을 먹는 한강 하류 주민들이 낸 돈으로 조성된 주민지원사업비는 팔당호 상류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사용됩니다.
팔당호 상류 7개 지역 주민들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습니다. 민관 정책 협의 기구인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활동을 중단하고 경기연합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죠. 팔당호 수질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수년간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대가가 주민지원사업비 삭감으로 돌아왔으니까요. 협의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조처와 관련한 입장을 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주민지원사업비 삭감에 대한 부당성을 현수막 등을 통해 7개 시군 주민들에게 알리고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주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한강법 폐지 추진까지도 불사하기로 했습니다. 한강법 제정 후 팔당상수원은 1급수 목표 수질을 달성했으나 상류지역 주민 지원을 위한 규제 개선과 제정 지원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급기야 정부 기금이 아닌 목적 기금을 기재부가 삭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관련해 도는 팔당상류 지역 규제 완화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도 관계자는 “광주, 남양주 등에서 민원이 접수돼 환경부에 몇년전부터 지역 내 가공행위 허가 등을 건의하고 있다”며 “도만 연관된 문제가 아니어서 팔당상수원 인접 지역에 대한 규제를 풀면 서울과 인천 등 인접 지자체에서 꺼릴 수 있고 환경부도 수질 오염을 우려하는 상황이라 제도 개선안을 반려했다”고 했습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