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관세전쟁이 심각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도입한데 이어 11일에는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한 것이다. 3월 12일부터 효력을 발휘할 이번 조치에서 한국,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에 적용했던 철강 25% 관세 예외를 폐기했다.
K-철강이 관세폭탄을 맞았다. 한국은 미국 수입 철강의 10%를 점하고 있는데 예외조항 삭제로 철강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에 대해 무(無)관세를 적용받아왔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다 글로벌 수요까지 점감하는 지경이어서 업계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들이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각지로 쏟아져 나올 경우 K-철강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국발 관세전쟁의 확전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 등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 밝혀 국내 수출의 쌍두마차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트럼프 관세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347억 달러, 반도체는 107억 달러로 둘을 합쳐 65조원을 웃돈다. 전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이상이다. 일자리는 자동차 34만명과 반도체 15만명으로 이 둘을 합치면 10만명 수준인 철강의 약 5배이다. 수출액 역시 각각 708억 달러와 1천419억 달러로 지난해 철강 수출액(333억 달러)의 7배이다.
한 국가가 특정 국가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때, 상대국도 이에 맞춰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의 경우 한국은 트럼프의 표적에서 벗어나 있어 약간 안심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양국 모두 상대국 상품의 98% 이상에 대해 관세가 0%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을 이용하는 국가들에게는 상호주의를 적용할 것”이라 밝히고 있어 대미무역 흑자국인 우리나라가 트럼프의 예봉을 피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수출시장 다변화가 해답이나 시간이 걸린다. 정치 리더십 조기 회복도 난망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여야정 경제협의체를 구성해서 관세전쟁의 전화(戰禍)를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