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 멋지게 나이들고파”
검표, 티켓발권, 관람객 안내 도맡아
그간 경험했던 직업 중 가장 애착 커
자녀들과 근무하며 대화 늘어 만족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멋지게 늙는 거예요.”
수원문화재단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일하는 권오경(62)씨는 ‘하우스어셔’로 제2의 인생을 그려나가고 있다. 하우스어셔는 검표와 티켓 발권을 비롯해 관람객들에게 공연장을 안내하는 일을 한다.
은행원, 유치원 교사, 방과 후 강사, 주차관리원, 재단 안내데스크까지 경험한 직업만 해도 여러개이지만 권씨는 퇴직 후 만난 하우스어셔 일에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권씨는 “퇴직 후에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지난해 12월말 라스베이거스에 공연을 보러갔더니 안내원 모두 80세는 훌쩍 넘긴 듯 보였다. ‘나도 하우스어셔 일을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약 5년간 다녔던 수원문화재단에서 정년 퇴직했다. 그런 뒤에도 수원문화재단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뜰때면 어김없이 지원해 힘을 보탰다.
그러던 중 하우스어셔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정조테마공연장이 2023년 9월 문을 열면서 공연장 안내자를 채용했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수원문화재단과의 인연이 벌써 5개월이 됐다.
권씨는 “수원SK아트리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정조테마공연장 하우스어셔를 뽑기에 지원했다”며 “정조테마공연장은 소규모 극장으로 관객과 무대 거리가 가까워 공연의 울림이 더욱 생생히 전해진다. 솔향이 솔솔나고 분위기도 고즈넉하다”고 소개했다.
권씨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일자리를 구하던 자녀들과 합격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는 “마침 아들과 딸도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아이들은 수원문화재단 소속 SK아트리움에서 저보다 먼저 아르바이트로 하우스어셔 일을 시작했고, 저는 이후 재단 정조테마공연장 하우스어셔로 일하게 됐다. 지금은 셋이 같은 공연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공연장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가족.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권씨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이는 하우스어셔 일이 권씨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은 다 크면 방에 쏙 들어가게 마련인데, 저희는 하루를 같이 시작하고 일이 같이 끝나니까 이야기가 참 많아졌다. 공연 끝나고 집까지 걸어가는 20분 동안 오늘 일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받는다”고 했다.
사실 하우스어셔 일은 젊은 여성이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런 업계 사정뿐 아니라 은퇴 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두렵지 않았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젊은 친구들이 지식은 많지만 저는 살아오며 터득한 지혜가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아마 제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거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나이들면 모르는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첫발을 내디디면 절반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