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강속구도 박찬호와 판박이
어머니가 한국인 내년 WBC 등판 기대
메이저리그 첫 탈삼진 상대가 ‘추신수’
허벅지 부상으로 한달늦게 데뷔전 치러
두번째 등판서 시속 158㎞로 첫승 신고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의 제1 선발 투수 미치 화이트(31)의 등판 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내년 초에 열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의 마운드를 이끌 선수로 기대를 모으기 때문이다.
화이트는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주중 1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세 번째 등판이었던 이날 경기에서 리그 최강 화력을 자랑하는 삼성을 상대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화이트는 1회초 구자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는데, 이날 유일한 실점이었다.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0-1로 뒤진 3회초에는 실책에 피안타가 겹쳐 무사 1, 3루에 몰렸으나 세 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1-1로 맞선 4회초 2사 1, 3루 위기와 5회초 2사 3루 위기에서도 155㎞ 강속구를 앞세워 실점 없이 이닝을 지웠다. SSG 벤치는 화이트의 투구 수가 94개(스트라이크 57개)에 이르자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교체돼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경기 전 3.48이던 시즌 평균자책점을 2.93으로 낮췄다. 경기는 8회와 9회 1점씩 더 내준 SSG가 1-3으로 패했다.
화이트는 올 시즌 KBO리그 진출 전부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한국인 외조부모와 어머니를 둔 ‘한국계 선수’로, ‘박찬호 닮은꼴’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화이트는 2016년 2라운드 전체 65순위로 LA 다저스에 지명받은 유망주였다. 그는 2020년 8월 29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8회말 등판해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화이트는 추신수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메이저리그 첫 탈삼진을 기록하고 1이닝 무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이후 지난 시즌까지 LA, 토론토, 샌프란시스코, 밀워키에서 71경기에 등판해 185이닝 4승12패, 평균자책점 5.25를 올렸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허벅지 뒷근육 부상을 당한 화이트의 한국 무대 데뷔전은 지난 17일 성사됐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4와3분의1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70개 정도 투구를 목표로 마운드에 선 화이트는 155㎞의 직구와 153㎞까지 나온 투심패스트볼, 커터, 커브 등을 앞세워 13개의 아웃카운트 중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을 보여줬다.
화이트는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23일 수원 kt wiz와 원정 경기에서 KBO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화이트는 이날 최고 158㎞의 강속구를 뿌리며 6이닝 3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SSG가 11-5로 이겼다.
시즌 전 제1 선발로 기대를 모은 화이트가 건강하게 돌아와 3경기 연속 강속구를 뿌리며 마운드를 안정시키고 있다. 타 선수들보다 한달 늦게 시즌을 시작한 화이트가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화이트는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야구를 하게 돼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면서 “올 시즌을 잘 마치고서 WBC에도 태극기를 달고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