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당내 압박속 기사회생
당원들 반대로 후보 교체 무산
김 후보 중심 당권재편 가시화

‘정치는 생물’이라는 통설이 여지없이 증명된 일주일이었다.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지도부의 강압적인 교체시도를 완전히 뿌리치기까지 벌어진 사건들은 보수진영의 명운을 가른 분수령이자 한국 정당사의 극적인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3일 김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될 때만 해도 단일화 과정이 이 정도로 격랑에 빠져들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당대회 당일 저녁부터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에게 ‘선 단일화, 후 선대위 구성’을 타진하며 단일화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와 한덕수 후보는 5일 조계사에서 처음 대면했으나 별다른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인 6일 김 후보는 경주 일정을 소화하던 중 “당이 대선후보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일정을 중단했다. 당 지도부가 전날 밤 전국위원회 및 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낸 데 대한 맞불이었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7일 배석자 없이 한 시간 넘게 담판회동을 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김문수 캠프 김재원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황우여 전 선관위원장을 부추겼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를 요구하는 단식에 돌입했다. 사실상 김 후보에 대한 총력 압박이었다.
김 후보는 8일 아침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무우선권을 발동하고 지도부에 “손 떼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에서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 그를 공격했다. 같은 날 오후 김 후보와 한 후보는 2차 회동을 가졌으나 또다시 협상이 결렬됐다.
9일에는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후보와 지도부 간 갈등이 생중계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김 후보 측의 ‘전당대회 개최금지 가처분신청’ 등이 기각되고 단일화 찬반투표가 종료되자 지도부는 10일 새벽 후보 교체절차에 착수하고 한 후보는 신속 입당 후 후보등록까지 마쳤다.
그러나 지도부의 후보교체 시도는 ‘한밤중 기습 교체’에 실망한 당원들의 거부로 끝내 무산됐다. 후보등록기한을 새벽 단 1시간으로 제한하는 등의 행태가 결정적으로 당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비대위원장과 이양수 사무총장 등이 퇴진키로 하면서 국민의힘 당권은 김 후보 중심으로 재편돼 대권을 향한 잰걸음이 비로소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성·정의종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