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비상계엄 용납 여지 없는 정치사변

이재명, 정치생명 끝장 대신 신세계 착지

보수의 가치 유효, 대의할 정당만 누더기

윤석열과 절연후 범보수 빅텐트를 세워야

윤인수 주필
윤인수 주필

21대 대통령 선거가 어제부터 공식 유세전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파면으로 성사된 조기 대선이다. 선거 개시 직전 여론조사기관들의 지표에 드러난 추세는 어슷비슷하다. 저울추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쪽이 무겁다. 추격에 나선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에겐 버거운 격차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을 관통하며 형성된 국민 정서의 총합이다.

윤석열은 불법 비상계엄으로 헌법의 대지를 오염시켰다. 용납과 용서의 여지가 없는 정치사변이었다. 대지의 공유자인 국민의 분노는 당연했다. 국민의힘도 헌법의 대지에 뿌리를 박은 정당이다. 미욱하고 부끄러운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하고 윤석열 없는 당의 운명을 새로 개척해야 했다. 그걸 주장하던 한동훈을 내쳤다. 헌재 앞 탄핵반대 시위대에 부화뇌동하다가, 비상계엄을 혐오하는 도도한 민심을 놓쳤다. 대선 마당에 선 국민의힘은 만신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행운은 극적이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으로 자멸한 사건의 지평선을 타고 이재명은 정치생명이 끝장날 수 있었던 2년을 삭제하고 놀라운 신세계에 착지했다. 금상첨화, 비상계엄 해제와 탄핵을 주도할 의석은 넘쳤다. 내란척결은 모든 것이 가능한 마법의 주문이다. 수십번의 무책임한 탄핵도 미련한 비상계엄에 덮였다. 대법원은 이 후보에게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판결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내란 공범으로 엮고 기발한 창작 입법들로 법원을 압박했다. 삼각(三脚)의 균형은 일각의 손실로 붕괴한다. 행정권력이 자멸하니,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에게 사법부는 손 볼 수 있는 대상이 됐다. 파기환송심, 대장동 공판, 위증교사 항소심.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이 대선 뒤로 연기됐다. 이재명 말대로 윤석열이 자빠지고 국민의힘이 엎어지니 이재명이 주도하는 대선판이 열렸다.

민주당은 주어진 기회를 잘 유지하고 있다. 삼권분립의 나라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걱정과 타박은 국민의힘을 향한다. 국민의힘이 안쓰러워서가 아니다. 윤석열이 부끄러웠던 합리적 보수국민이 안타까워서다. 보수의 가치와 신념과 정책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와 재정에 여전히 유효하다. 대의할 정당만 누더기가 됐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닮은 당 지도부의 심야 후보교체 반란으로 무너졌다. 보수진영은 패배감에 절망한다. 이재명 일각(一脚)의 헌정을 견제하려는 중도민심은 대안을 잃었다.

보수진영의 유일한 희망은 김문수이고, 김문수에게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보수 재건이다. 국민의힘을 지우고 정통 보수정당을 재건하는 과정으로 대선 캠페인을 채워야 한다. 보수진영의 결집과 중도민심의 호감을 회복할 유일한 방도이고 그 수단이 범보수 빅텐트다. 빅텐트는 옥석을 가려야 가능하다. 돌멩이를 치워 옥만 남겨야 한다. 가장 큰 돌멩이는 윤석열이다. 김문수 본인부터 탄핵 반대 입장을 청산하고 윤석열과 절연해야 한다. 그래야 친윤 구주류가 쫓아낸 이준석과 마주할 명분이 생긴다. 한동훈의 헌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준석은 보수 재건의 한 축인 청년세대를 대표한다. 한동훈은 당내 합리적 보수의 자존심이다. 보수 재건과 정상화의 원석들이다. 보수 원석들을 모아야 반명 재야 세력들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윤석열과 절연해야 개헌과 연립정부로 보수 단결과 반 이재명 재야 세력과의 연대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재명과 민주당의 완력이 대단하다. 김문수는 단기필마로 대선 캠페인 첫날을 맞았다. 6월 3일 그날까지 김문수가 이재명과 호각을 이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보수 재건의 진정성으로 흩어진 이재명 견제 심리를 결속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상대방이 자빠지면 기회를 엿볼 수 있고, 아니어도 정권을 견제할 민심을 대의할 보수 정당을 보전할 수 있다. 보수-진보 양립으로 지탱해온 우리 정치를 위한 잔소리다. 대선 운동장의 경사가 워낙 가팔라서 가능한 잔소리일 테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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