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군은 순국선열의 흔적이 곳곳에 살아 숨 쉬는 호국의 고장이다. 일제강점기 항일의 효시가 된 지평의병부터 6·25전쟁 당시 역전의 발판이 된 용문산 전투, 지평리 전투까지 굵직한 역사의 자취가 도처에 가득하다.
이달 초, 양평군이 지평리 군사시설 이전부지 일대에 추진 중인 양평박물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타당성 사전평가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오는 2029년까지 양평 동부권 지평면 일대에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양평국제평화공원’ 조성사업이 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해당 장소는 지평리 전투가 일어난 곳이다. 1951년 중국인민지원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후 서울까지 중공군에게 내준 UN연합군은 이곳에서 프랑스의 랄프 몽클라르 중령이 이끄는 대대를 주축으로 지평리 방어선을 구축했고, 약 4천500명의 병력으로 2만5천명의 중공군을 패퇴시키는 큰 승리를 거뒀다.
이곳은 1953년부터 미군부대가 주둔한 것을 시작으로 전술훈련장 등 군부대 부지로 계속 사용되다 지난 2021년이 돼서야 육군본부로부터 최종 폐쇄 결정이 내려진 최근까지 존재했던 전투의 현장이었다.
군은 2023년 용역을 통해 부지에 대한 타당성 등 세부구성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공간의 주제는 지평리 전투를 통한 ‘사람 중심의 평화’로 정했으며 단순 전시공간을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한다.
군은 지난해 공간의 상징성 확보와 고증 등을 위해 프랑스 쉬이프시와 우호교류협약을 맺고 역사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류를 시작, 한국전쟁 참전국 작가들의 조형물과 창작공간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평화공원은 새로운 지역의 랜드마크일 뿐 아니라 양평을 평화담론의 중심지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다.
지평리 전투는 인천상륙작전에 버금가는 결정적인 전투다. 이곳을 잘 가꾸어 다음 세대에게 역사를 알려야 한다. 이제 70여 년 전 총성을 뚫고 이곳을 지켜낸 영령들이 만든 미래에서 과거를 기억할 때다. 역사가 흘러 미래가 굳건하도록.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