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업계, 보냉제 사용 급증하며

민간 주도 재활용 움직임 활성화

이커머스보다 저렴해 소상공 선호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구리시에 사는 민모(32)씨는 최근 새 직장을 찾는 동안 소소한 용돈 벌이를 찾았다. 당근 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무료로 나눔 받는 아이스팩을 수거한 뒤 깨끗하게 씻어 인근 개인 카페나 음식점 등에 이를 되파는 것이다. 종류에 따라 개당 50원에서 3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지만 하루 한두 시간만 투자해도 수십 개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점심값 정도는 충분히 번다는 것이 민씨의 설명이다.

배달 노동자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작게나마 감지되고 있다. 한 배달 노동자는 “고객에게 음식 배달 후 남는 아이스팩을 처리해드릴지 여쭤본 뒤 가져온다”며 “모은 아이스팩을 다시 가게에 가져다 드리고 커피, 간식 등을 소소하게 받아온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이후 배달업계가 활성화되며 아이스팩 등 보냉제의 사용이 급증하며 이에 따른 재활용 산업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아이스팩의 냉기를 지속시키기 위한 ‘고흡수성 수지’ 첨가물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하수 시설 등을 망가뜨려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여론이 제기되자 지난 2021년부터 고양, 광명 등 일부 지자체와 환경단체에선 이러한 아이스팩 재활용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 같은 재활용 활동이 점차 줄어들자 이번엔 민간 차원에서 이를 수익 구조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 이커머스에서 아이스팩을 검색했을 때 최저가는 개당 225원으로 나오지만 중고아이스팩은 대부분 개당 100원을 넘지 않는다.

배달 수요가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상공 매장들은 소량 구매만으로도 충분해 품질에 손색없는 재활용 아이스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원시 장안구의 한 소형 카페 사장 이 모씨는 “인터넷에서 대량 구매하는 것보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것이 동네 장사할 땐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생활형 재활용 경제는 아이스팩뿐 아니라 보냉 가방, 포장재, 드라이아이스 포장 봉투 등으로 거래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 중심의 재사용 정책보다 민간 주도의 자생적 수익 구조가 재활용 활성화에 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자체가 홀로 수거 아이스팩을 수요처로 다시 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수익 구조만 명확해지면 지금처럼 민간 차원에서 더 확실하고 적극적으로 아이스팩 재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