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끔찍한 사건사고 보도
인간은 고통 받으며 살다 가야하나
물음에 불교 인연법·인과법 떠올라
결국 좋든 나쁘든 ‘원인’ 찾는 버릇
능동적인 수용의 태도로 살아가자
최근에 나오는 뉴스들을 보기가 겁이 날 정도로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달 동안에는 느닷없이 다리가 무너지거나 싱크홀이 생기지를 않나, 전체 가족에 대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 대낮에도 묻지마 범죄가 나타나고 있기까지 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러한 사건들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인간은 어쩌다가 태어나서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다가 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던져보게 된다.
한 철학자의 명언 중에 인생이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지금의 상황들에 특히 와닿는 문구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일단 원한 적이 없으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끊임없는 선택을 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죽음 또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맞이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생을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선택을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을 매번 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불교에서 일컫는 ‘인연법과 인과법’으로도 엿볼 수 있다. 인연법에서는 인(因)과 연(緣)으로 우리 삶이 이루어진다고 보았으며 무언가 씨를 뿌리는 ‘인’이 되는 원인 행위가 있으면 이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이 ‘연’이 되어 ‘과(果)’를 낳는다는 것이 기본 골자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혹은 놀라운 것은 과거의 인은 현재의 과를 낳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또 다른 수 많은 인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또 미래의 과를 가져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과 연의 무한 반복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한 고통을 주는 사건들은 정말 우연히 일어나는 연속적인 일들인 것일까? 아닐 것이다. 과거 언제인가 이러한 일들의 원인이 심어졌을 것이고 그것이 한꺼번에 혹은 조금씩 나뉘어서 우리에게 현상으로 하나하나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삶에는 때로는 정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급작스러운 자식의 죽음이나 건강했던 사람의 암 선고 등 그럴 때는 드러나는 인이 없고 과만 있는데, 이는 사건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원인이 조작되거나 만들어진다. 인간은 누구나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 나쁜 사건에는 나쁜 원인을 찾아야지만 그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을 믿을 수 있고, 혹은 더 나아가 ‘그동안 착하게 살아온 나에게만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라는 믿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나쁜 사건에 대해서는 특히 없는 인을 만들어내고 전달한다. 그리하여 ‘그랬다더라’ 는 가짜 뉴스를 통해서라도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이미 다양한 사례와 연구들을 통해서 밝혀진 바가 있는 개념이다.
이제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인생 자체가 그 원인이 밝혀지든 안 밝혀지든 커다란 하나의 고통의 도가니다라고 보면 도대체 우리는 어떠한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갖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내가 늘 지키고 있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답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수용’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여기서의 수용은 수동적인 받아들임이 아니라 현재 나에게 일어나는 그 모든 일들에 대해서 ‘마음 속으로 매우 능동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인간은 때로는 원인을 현재는 알 수 없는 일을 맞이할 때가 있고 바로 이러한 때 고통의 극을 맛보게 되었을 때 오히려 저항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고통은 감소하고 이 고해의 바다를 무사히 파도를 타고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 시적인 표현이라 할지라도 어쩌면 우리는 이 험한 수백, 수천 개의 파도를 함께 타고 건널 때 덜 다치고 덜 아프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명규 충남도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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