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난민 이슈 없는 한국

미국·유럽처럼 선동 여의치 않아

舊보수 양당, 혐중 정서 들고 나와

안티페미니즘에 대한 의존도 높아

여성표 노골적 괄시하는 행태 패착

장제우 작가
장제우 작가

두 차례의 대선토론을 보고 나니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미래는 꽤 장기간 어두울 듯하다. 언젠가 합당할 두 정당의 정책 지향, 가치관 등이 유권자 구조의 변화 및 선거제도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극우는 불법이민자와 난민 이슈가 핵심 지지 배경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취임 백일 즈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세부 정책의 지지율은 대부분 대통령 지지율보다 더 낮았다. 하지만 이민정책에서만은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이는 다른 나라의 극우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은 2022년 총선에서 사상 최고인 21%를 얻으며 원내 제2당으로 올라섰다. 한데 세부 능력평가에선 15가지 중 13개 항목이 10% 내외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스웨덴민주당이 가장 잘할 것으로 유권자에게 평가받은 두 부문은 이민과 법질서로 각각 29%, 24%를 기록했다. 즉, 스웨덴의 극우정당은 이주민 문제에 가장 엄정하게 대처할 곳으로 여겨지는 덕분에 경제 등 다른 모든 분야에선 별 기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치에 비해 훨씬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이다.

한편 극우정당의 지지층은 성차별주의자 또는 여성혐오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8년 스웨덴 총선에선 이전과 달리 성평등이 상위 이슈로 부각되었는데 미투운동, 노벨상위원회의 성폭력 스캔들, 비동의강간죄 통과 등 여성 인권이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4년과 2018년의 각 정당 지지자별 성평등 인식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권력을 여성에게 재분배하는 사안에 대해 2014년엔 극우정당과 나머지 정당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2018년엔 비극우정당들에선 성평등에 대한 지지가 증가한 반면 극우정당에선 오히려 반대가 늘었다.

극우의 부상에는 경제적 불안과 소외, 불법이민자 및 난민에 대한 반감, 여성 권익의 향상에 대한 불만 등이 기저에 깔려있다. 특히 이주민 문제는 극우의 성공 열쇠이다. 한국의 경우 애당초 불법이민자가 극소수이고 난민은 거의 받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식으로 ‘저들’이 ‘우리’의 일자리와 삶을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선동하기엔 여의치 않다. 더구나 저출산과 열악한 노동여건으로 인해 지방을 중심으로 ‘외노자’를 오히려 원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중국이다. 극우로 치닫는 구(舊)보수 양당은 ‘이재명은 중국에 굽실대며 그들을 이롭게 한다’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혐중 정서가 대다수 국민에 퍼져 있음을 감안하면 이것이 얼마나 조악한 주장인지와 무관하게 소구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선거를 이기기엔 부족하다.

한국은 극우정당이 연정으로 집권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처럼 한 정당이 과반에 준하는 표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특유의 주별 선거인단에 따라 러스트벨트와 같은 경합주에서 경제 불안을 파고드는 캠페인이 전체 승패에 직결되는 나라다. 한국의 경우 러스트벨트에 대응하는 지역이 본디 극우의 텃밭으로 경합주가 아니다. 트럼프식 승리 공식이 재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박정희의 영남 편중 산업화, 선거제도 개혁을 막았던 보수정당의 과거가 차츰 업보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준석 후보는 성평등에 회의적인 남성이나 여성혐오자의 지지 없이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 유럽과 미국의 극우보다 안티페미니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유권자 구조는 여성표를 노골적으로 괄시하는 행태가 패착임을 말해준다.

모두 알다시피 노년층의 생물학적 퇴장에 따라 시나브로 구(舊)보수의 선거는 어려워진다. 즉, 시간은 이준석의 적이다. 차후 한국의 유권자 지형은 스웨덴, 캐나다 등 여러 선진국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갈 텐데, 다름 아닌 60대 이상과 다수 여성이 같은 진영을 지지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역대 보수정당과 이준석 후보에 힘입어 세계사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거대하고 안정적인 노년층과 여성의 선거연합이 탄생할 예정이다. 구(舊)보수의 대선 캠페인을 보건대 저토록 무능하고 허위선동에 의존해서는 행여 차차기 대선에서 사면복권된 조국과 붙는다 해도 승리가 쉽진 않을 것이다.

/장제우 작가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