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외빈과 ‘안청(安靑)’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청학원 창립 100주년’ 기념식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기념식은 안청 백년의 교육적 가치와 전통을 되새기고, 그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학생 중심의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마련된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학업을 마치지 못한 분들을 찾아 그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함으로써 100주년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돌이켜보면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였던 1920년 9월5일 안성에서 젊은 지식인들이 모여 안성청년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5년 후인 1925년 5월10일 ‘안성청년회’에서 따온 ‘안청’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설립됐다. 그 이후 안청학원은 지역의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 성장하며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해온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100주년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다음 100년을 향한 미래 교육의 지향점을 되새기고 새롭게 그려 나가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처럼 찬란한 역사 속에서도 위기는 있었다. 2016년 학교법인에 대한 관할청의 특정감사가 실시됐고 이후 언론을 통해 드러난 각종 문제로 인해 안청은 지역사회로부터 큰 신뢰의 상처를 입었다. 중학교 배정 희망률은 급격히 하락했고 오랜 명성은 위태롭게 흔들렸다. 재정지원이 중단된 가운데 낡은 교육환경은 학생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안겼고 결국 2017년 4월10일 관할청은 학교법인에 임시이사를 선임하였다.
문제의 핵심은 건실해야 할 법인 운영의 부적절성이었다. 감사 결과, 이사회의 운영이 특히 부적정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구법인 측은 임시이사 선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무려 7년여에 걸친 법적 다툼 끝에 지난해 6월27일, 대법원의 원고 기각 판결로 종결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대다수는 구법인 복귀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승소 이후에는 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한 자정 노력이 이어졌다.
또한 오랜 세월 개선되지 못했던 교육환경도 변화를 맞이했다. 학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마을 동장님의 지원으로 교실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게 되면서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희망이 싹텄다. 이후 관할청과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요청한 결과 칠판 교체, 창호 및 출입문 교체, 화장실 리모델링, 도서관 조성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이어졌다. 현재는 교사동 외벽 공사까지 예정되어 있어 내년에는 완전히 새로운 학교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러한 교육환경의 변화는 교육과정 혁신으로도 이어졌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축제인 ‘안청 홀릭’은 안청의 교육철학이 살아 숨 쉬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는 이제 단순한 공간을 넘어 미래를 키우는 따뜻한 배움터가 되고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구 법인으로부터의 반환금 회수 문제와 같은 숙제도 남아 있지만, 구성원 모두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해낸 경험은 안청의 큰 자산이다.
그러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학교법인 정이사 체제로의 전환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현재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교육 본연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장은 관리자 이전에 아이들과 구성원을 섬기며 함께 걷는 리더라 믿는다. 그렇게 걸어갈 때, 안청의 새로운 백년은 더욱 창대하고 빛날 것이다.
/김진훈 안청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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