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이 돼서야 연봉을 알았습니다. 수업이 많다 보니 겸직은커녕, 하루 대부분을 강의 준비와 학생 지도에 매달렸죠.”

김포대학교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 채용됐던 A씨는 ‘전임교원’이라는 명칭이 주어졌지만, 매달 그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90만원 초반에 불과했다. 사학연금과 건강보험 등 각종 공제를 제외한 실수령액 기준이다. 연봉은 세전 1천306만원, 문제는 이조차도 사전에 명확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는 “연봉이 낮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금액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에야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임교원으로 분류되지만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무권리 교수’가 대학 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내 다수 사립대학들이 교육부의 교원확보율 지표를 충족하기 위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활용(3월26일자 7면 보도)하고 있으나, 이들 교원의 처우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생계와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일하고 연봉 절반, 사립대 ‘반값 교수’ 수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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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숫자 채우기용 교수’인 셈이죠.”(8년차 경기대학교 비정년트랙 교수 A씨) 전임교원 확보율 수치를 맞추려 정년 없는 교원을 채용해온 대학에 개선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 평가 지표에는 정규직 교수들과 함께 전임교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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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대학교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A씨는 계약 당시 2년 임용 조건이었으며, 이후 내부 평가를 통해 1년 단위 재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시 학교 측은 연봉이 낮은 배경으로 재정 여건을 언급했고, 겸직 허용과 신입생 유치 실적에 따른 수당 지급 방식을 함께 안내했다.

A씨는 “초과 강의 수당은 시간당 3만원대, 신입생을 직접 유치할 경우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이런 방식은 사실상 생계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고용보험은 적용되지 않았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대학 교원을 ‘근로자’가 아닌 ‘교원’으로 분류하고 있어 고용보험 및 최저임금 적용이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비정년트랙 교원들은 법적 보호 밖에서 저임금과 계약 갱신 부담 사이에서 불안정한 처우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는 시간강사는 교육부의 교원확보율 지표에 반영되지 않지만,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정규 강의와 학생 지도를 맡길 수 있으면서도 고용은 불안정하고 처우는 낮은 형태의 전임교원을 지표 충족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A씨는 “학생 지도나 행정적 책임을 포함해 수행하는 역할은 정년트랙 교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년 여부를 떠나 최소한의 처우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겸직을 통해 생계를 보완하라는 학교 측 안내와 달리, 강의 일정이 촘촘해 실질적인 외부 활동도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포대학교 측은 “‘세전 1천300만원’ 수준은 강의 전담 전임교원의 실강 의무량에 따라 산정된 사례이며, 근로시간 대비 강의료 환산 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라며 “일부 학과에서 교원 채용 시 미리 충분한 안내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 연봉 수준이 낮다는 점도 사전에 설명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정규직과 동일한 급여 체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은 있었으며, 이에 대해 우리 대학도 인지하고 있다.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교육부 지표 충족을 위한 인위적 채용은 없었다. 향후 부적절한 처우의 전임교원 채용은 지양할 방침이며, 전임교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중장기적 대책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유혜연·김연태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