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 잊고 자신의 道 즐기는 독락

대중과 함께 즐거움 나누는 동락

‘인사의 계절’ 새정부 발걸음 바빠

공직자 가장 중요한 덕목 난진이퇴

선뜻 응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길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에 ‘독락당(獨樂堂)’이 있다. 조선조 1516년에 건립된 보물 제413호이다. 조선의 성리학자이자 정치가인 이언적이 벼슬에서 물러나 독서하던 서재이다. 독락은 세속의 일을 잊고 자신만의 도(道)를 즐긴다는 뜻이다. 맹자가 말한 행장진퇴(行藏進退)의 처신일 것이다. 무릇 공직자는 나아가고 물러섬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거다. 한낱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서야 되겠나. 굴원이 어부사에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는다’고 한 것도 그런 차원이겠다. 때와 형세에 자연스럽게 순응한다는 거다.

연암 박지원이 지인 최진겸의 서재 ‘독락재(獨樂齋)’에 글을 부쳤다. “인간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독차지하려는 일은 재앙”이라며 최진겸의 독락을 대중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출발점으로 이해했다. 바로 중락(衆樂)으로 확장이다. 자신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모두 함께 동락(同樂)하는 세상을 위한 독서 말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이언적도 최진겸도 ‘독락’을 대하는 자세가 비슷하겠다. 한편으로는 시끄러운 정치판을 떠나 자신의 도를 추구한다는 의지, 다른 한편으로는 나홀로 즐거움을 경계하는 마음가짐이다.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몸가짐을 바로 한다는 신독(愼獨) 말이다.

새 정부의 발걸음이 바쁘다. 총리 내정에 이어 대통령실 인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곧이어 신임 장관들도 줄줄이 청문회에 설 것이다. 바야흐로 인사의 계절이다. 12월 대선 시절에는 매화꽃 필 무렵 인사가 있었다면, 요즘은 장미꽃 만발하면서 기관마다 인사철이 됐다.

한때 ‘영포라인’과 ‘육법당’과 ‘검찰인맥’이 주요 직책을 독과점하면서 인사가 만사(萬事)인데 망사(亡事)가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영복은 인사에 대해 “자리가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傷)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가진 능력의 70%정도 발휘하는 자리가 적당하다고 했다. 30%의 여백이 필요하다는 거다.

반대로 70%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100% 능력이 필요한 자리에 앉으면 그 부족분은 거짓과 위선과 아첨으로 채우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결국 일도 그르치고 당사자도 다친다는 거다. 따라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국정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

그럼에도 권력의 주위에는 늘 자천타천 공직희망자들이 몰린다. 공직자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자세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 난진이퇴(難進易退) 아닐까. 공직에 어렵게 나아가고 선선히 물러난다는 뜻이다. 부름에 선뜻 응하기보다 자신을 좀더 돌아본다는 거다. 과연 적임자인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주변은 깨끗한지, 자신이 최선의 선택인지 살펴야 한다는 거다. 나아가 열심히 공직을 수행했는데도 이런저런 사정에 물러날 때가 되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선뜻 물러나야 한다는 거다. 조선의 정조는 이런 난진이퇴가 “조정(朝廷)을 높이고 세교(世交)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요즘으로 보면 국격을 높이고 본인의 명예도 얻는다는 뜻이겠다.

그럼에도 “비난은 순간이고 권력은 달콤하다”는 현대판 북곽선생들이 있다. 박지원이 호질(虎叱)에서 비판한 곡학아세(曲學阿世) 선비 말이다. “제 것이 아닌 데도 가지는 것이 도(盜)이고, 생물을 잔인하게 해치는 것이 적(賊)이다. 눈을 부릅뜬 채 남의 것을 낚아채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돈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인륜을 저버리고 관직을 얻는다”고 호랑이가 꾸짖지 않았나. 말로만 공직자이지 실제는 도적이 아니냐는 그들 말이다.

경주의 독락당에서 지난 4월부터 매월 둘째 토요일에 ‘회재가 보내온 500년 종갓집 초대장’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언적의 18세손과 함께하는 회재학당, 조선 성리학 ‘인싸’ 문화체험, 뮤지컬로 이어진다. 여기서 독락은 동락이자 중락이다. 차제에 떠나는 사람도, 부임하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독락(獨樂)의 경지와 동락(同樂)의 참뜻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둘 다 발음은 ‘동낙’이다. 이제 대동(大同)세상이다.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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