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비위 혐의 대한체육회장 수사
축구협도 ‘부실’ 문체부 일관되게 대응
정몽규 4선 연임·월드컵행에 가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멀어졌지만
건전한 거버넌스 구축 더 앞장서야

작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6개월이 흘러 21대 대통령 이재명 정부가 시작되었다.
사회 각계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는 심각해진 경제위기와 행정수반 공백으로 발생한 외교 위기를 해결하는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 정부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경제와 외교 부문을 먼저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새 정부 국무위원이 바뀌는 중에도 각 정부 부처는 일관성을 가지고 하던 일을 지속하기를 바란다.
특히 필자는 스포츠정책 일관성을 강조하고 싶은데 여기서 일관성은 두 가지 뜻을 가진다. 첫째, 작년에 발생한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문제에 관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보여준 대응을 일관되게 추진하여 보다 건전한 스포츠조직의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작년 11월에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를 조사하여 직원 부정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낭비(배임) 등 비위 혐의를 밝히고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관련자 8명을 수사 의뢰하였다.
이에 따라 12월18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사무실과 진천선수촌을 비롯해 총 8곳을 압수수색하였다.
당시 이 회장은 수사받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3선 연임을 노렸다. 결국 2025년 1월14일 선거일에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였다. 그런데 지난 1월 이후 이 전 회장과 대한체육회에 대한 수사 경과에 대한 소식이 전혀 없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국무위원 활동이 정체됨에 따라 이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나고 언론과 국민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체육회뿐만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축협)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작년 2월부터 대한축구협회(축협)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문체부는 축협 운영에 관한 감사를 하고, 11월에 결과를 발표했는데 총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문체부는 정몽규 회장에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부적정 등 기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장 등 관련자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하고,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 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감독 재선임 방안 등을 포함해 절차적 하자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하였다.
그러나 정 회장은 문체부 권고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4선 연임에 도전하였다.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회)조차 정 회장의 4선 연임을 승인하여 정 회장은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얻었다. 위원회는 정 회장의 국제기구(아시아축구연맹) 임원 진출, 재정 기여, 단체 운영 건전성, 이사회 참석률, 포상 여부 등을 평가하여 기준 점수인 60점(100점 만점)을 겨우 넘겨 승인했다고 한다. 결국 정 회장은 지난 2월26일 제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신문선 명지대 스포츠기록분석학과 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많은 표 차이로 당선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국무위원의 활동이 정체되고, 정 회장이 4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대한축구협회 문제에 대한 해결 논의도 점차 사라졌다. 더구나 며칠 전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팀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저 멀리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스포츠정책의 일관성’의 두 번째 의미는 정부 외에 언론, 스포츠팬(국민), 체육인도 스포츠 거버넌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함을 뜻한다. 정권 변화에 상관없이 건전한 스포츠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 체육인과 국민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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