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공약 ‘배달 수수료 상한제’ 엇갈린 업계 반응
자영업자들 “누구나 공감” 기대
라이더, 플랫폼 영향력 줄어들것
발등의 불 배달의민족 방안 제시
전문가들, 법제화 방법론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했던 ‘배달 수수료 상한제’가 재조명되면서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과도한 수수료 부담에 시달려온 소상공인들과 플랫폼 지배력에 불만을 품어온 일부 라이더 등 현장의 목소리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 질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수원시의 한 중식당을 운영하는 강모(54)씨는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배달 주문이 많은 강씨의 식당은 밀려드는 주문량만큼 배달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가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와 결제 대행에 따른 수수료,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전체 주문액에 25%가 훌쩍 넘는다. 강씨는 “플랫폼 수수료 제한 하나만 보고도 현 정부를 지지하게 된다”며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의 공격적 확장에 부담을 느끼던 라이더 업계 역시 배달 수수료 상한제에 긍정적 반응이다. 송기선 전국이륜차배달라이더협회장은 “배달 수수료 문제는 라이더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업계에서 배달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점은 유의미하다”며 “그간 배달 플랫폼들은 규모가 커지자 배달 앱을 직접 운영해 배달료를 줄이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내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자영업자 단체들과 함께 배달플랫폼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당시 공약이기도 했던 해당 정책은 당선 이후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오르며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배달 플랫폼 업계다. 침묵을 지키던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 제일 먼저 운을 뗀 것은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은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소액(1만5천원 이하) 결제 시 총수수료를 전체 주문 금액에 3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문제는 플랫폼 업계에서 제시한 수수료 상한이 다수의 점주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업체와 점주 간 협의가 길어질수록 집권 여당에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선 수수료 상한선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제화 방향으로 기울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미 국회에는 지난달 28일 이강일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배달앱 수수료 상한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배달 수수료 상한에 대한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방법론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에 법적 규제가 들어가면 이를 시작으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타 플랫폼 업계 역시 도마에 오를 것”이라며 “수수료 문제는 강제성을 띠는 방향이 아닌 협의체를 통한 자율 조정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