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반도체산단 상생파트너 ‘원지회’ 왜 이러나?·(上)]
주민 “지원 부실”-업체 “납품 부실”
산단 인접지역 “지원책 무소식”
급식쌀 공급 협약 미준수 원성도
수익금 배분 법인은 적절성 논란

국내 최대 민간 산업단지인 용인 원삼 SK반도체 산업단지와 지역상생 파트너로 ‘원지회’가 있다. ‘원삼면 지역발전 상생협의회’의 줄임말인 원지회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산단부지를 지정하면서부터 지역민들의 토지보상 및 각종 피해 대책 창구로 형성된 주민협의체 기구다.
하지만 최근 원지회를 둘러싼 잡음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생협약을 통해 얻어낸 이권사업들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며 지역내 다른 원주민들이 또다른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별도 목소리를 내는 등 원지회 운영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원지회를 둘러싼 지역내 갈등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SK반도체 산단 공사 현장 곳곳에는 최근 산단경계지역 9개리 주민협의체 이름으로 SK하이닉스와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에 상생을 요구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다.
오성환 산단9개리 주민협의체 대표(죽능1리 이장)는 “산단경계지역에 인접한 원주민들은 소음,폭파,분진 등으로 직접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데다 향후 산단 준공 이후에도 변전소와 오폐수처리장 등 기피시설들과 연접해 살아가야 하는 지경”이라며 “원지회측에 차별화된 지원책을 요구하는데도 갑갑무소식이라 별도 협의체라도 만들어 절박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산단 보상 당시 원삼면비상대책위 형태로 만들어진 주민생계대책조합도 “SK측이 약속한 23개 항목에 대한 주민생계 지원책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로인해 용인시 및 산단 사업자와 공식 주민협의체 기구로 상생협약을 해오고 있는 원지회의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배경에는 원지회가 지난 2월 SK에코플랜드에 요구해 얻어낸 단지내 450만㎥의 암석매각권 입찰과정에서 졸속 공고와 타지역 업체 선정으로 비난을 받으면서 불거진 특정업체 밀어주기 시비가 있다.
더욱이 SK산단 조성 현장 곳곳에는 엄청난 양의 암석이 군데군데 쌓여있는데도 원지회가 선정한 낙찰업체가 아직 반출을 시작하지 않자, 공기 일정에 차질을 우려한 SK측이 지난 4월부터 자체 업체선정으로 100만㎥ 암석을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원지회가 SK하이닉스 계열사인 산단 현장 위탁급식업체인 후니드와 맺은 ‘용인백옥쌀(안성쌀) 100%공급’ 등의 상생협약 준수도 최근 도마위에 올랐다. 용인백옥쌀 공급비율을 30%로 축소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충남쌀 70%로 대체공급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지역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용인시는 SK에코플랜트 등에 용인백옥쌀 100% 사용과 기타농산물 80% 사용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상생협약 이행 준수를 촉구하는가 하면 원지회측에도 ‘설립취지와 목적에 맞게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원삼면 주민 전체와 소통해 균형있는 통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갈등해소에 힘써달라’며 사실상 원지회의 일탈행위에 경고장을 보냈다.
결국 이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원지회 회장과 사무국장이 지난달 16일 모두 사퇴하고, 한종수 상임이사가 회장 권한대행체제로 이끌고 있다.
SK에코플랜트로부터 상생협약 명분으로 받은 각종 이권사업 수익금 사용도 향후 분쟁의 불씨다. 원지회는 지난해 7월 사단법인 원삼면지역발전회란 이름으로 공익법인을 만들었다. 각종 수익금에 대해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원지회 내부에서조차 “무슨 기준으로 수익금을 배분할 것이냐”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금 보상이 어려운 공익 법인은 실익이 없다”고 반발하는 일부 원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에대해 한종수 원지회 회장 권한대행은 “원지회 핵심 집행부 상당수가 원삼면 지역내 각 기관과 마을을 대표하는 분들이고 수차례 회의에서도 모든 주민 민원과 각종 이권사업 진행경위 등을 설명하고 있다”며 “원지회에 대한 공개 비판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뒤에 숨어 이간질하는 형태는 더이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용인/김성규기자 seong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