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여객선 손님 과반 ‘외지인’

야외취사·쓰레기 무단방치 일쑤

다갖춘 합법적 야영장 설치 당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대청도 광난두 정자각에서 백패킹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설치한 텐트. /독자 제공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대청도 광난두 정자각에서 백패킹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설치한 텐트. /독자 제공

“섬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텐트를 치는 여행객이 늘어 걱정입니다.”

인천 옹진군 대청면 주민자치회 부회장인 김형진(59)씨는 최근 늘어난 여행객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 민원을 자주 듣는다. 커다란 배낭에 야영을 위한 장비와 음식 등을 지고 여행을 하는 일명 ‘백패킹족’들이 주말이면 섬을 찾아 곳곳에 텐트를 치기 때문이다. 조용히 잠만 자고 가면 문제가 없겠지만 일부 여행객들은 가스 등 화기를 이용해 육지에서 싸 온 식료품으로 취사까지 해 화재 발생 우려가 나온다. 또 대부분 배낭 여행객들이 발생한 쓰레기를 섬에 두고 가 분리수거장도 엉망이 되기 일쑤다. 여기에 섬에 있는 수돗가와 공중화장실 등 이용이 늘며 가뜩이나 여름철 물 부족에 시달리는 섬 지역 주민들의 근심이 커졌다.

김씨는 “많은 여행객이 섬을 찾아와 감사한 마음이지만 아무 곳이나 야영을 하는 사람이 늘어 대책이 필요하다”며 “공중화장실에서 쓰는 물은 마을에서 지하수를 차로 옮겨 탱크에 저장하는 것인데, 사용량이 과도하게 늘고 있다. 시설 청소에도 손이 많이 간다”고 했다.

보통 ‘백패커’(Backpacker)가 자주 찾는 인천 섬은 육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덕적도와 굴업도 등이었지만 최근에는 인천시의 아이바다패스 정책(뱃삯 1천500원)으로 먼 섬인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등까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바다패스 정책이 시행된 올해 1~4월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백령·대청·소청도를 오간 여객선 이용객은 7만9천450명으로, 이 중 58.7%(4만6천630명)가 섬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었다. 이 기간 외지인은 전년 동기(3만6천410명) 대비 28.1%나 늘었다.

섬 안에 야영이 가능한 장소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백령·대청·소청 섬 전체는 뛰어난 자연경관 등으로 ‘국가지질공원’에 지정돼 있다.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지질공원에서는 정해진 장소 외 야영 자체가 금지된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포함한 접경지역 서해 5도는 ‘군사보호구역’에 해당한다. 일몰 이후 해안가 출입이 금지되며, 지정된 야영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섬 야산에 지뢰 매설 여부조차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미확인 지뢰지대’도 존재한다. 지난 2014년에는 대청도에서 간벌을 하던 민간인 2명이 지뢰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섬 지리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이 야영을 하기위해 함부로 산속에 들어가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옹진군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야영을 하는 여행객들이 많아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며 “보통 저녁에 시작해 아침 일찍 철수하기 때문에 몰래 취사를 하는 행위도 확인이 힘들다. 무작정 단속을 하면 여행객들에게 섬에 오지 말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백패킹을 하는 여행객들이 더 늘어 각종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합법적으로 야영을 가능하게 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백령도 주민 심효신(62)씨는 “이작도의 경우 마을청년회에서 수돗가와 화장실, 샤워실 등이 갖춰진 야영장을 운영하며 수익금은 마을을 위해 쓰고 있다”며 “옹진군이 군부대와 협의해 서해 5도에도 야영장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