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불황과 세금, 규제 등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사실상 문을 닫은 인천 기계산업단지 내 한 철강업체 공장 내부가 텅 비어있다. 2025.6.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업계 불황과 세금, 규제 등으로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사실상 문을 닫은 인천 기계산업단지 내 한 철강업체 공장 내부가 텅 비어있다. 2025.6.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오너들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가업 승계 비율은 늘지 않고 있다. 이는 폐업과 산단 영세화(소기업화) 등 문제로 이어진다. 산단 구조 고도화와 사업 승계에 따른 세금 혜택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2025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오너의 27.5%는 자녀에게 승계할 계획이 없거나 승계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기업하기 힘든 환경으로 자녀에게 기업 경영의 무거운 책무를 주기 싫어서’가 2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위 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서(18.1%)’가 두 번째로 많았고, ‘자녀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15.5%)’ ‘세금 문제 해결이 어려워서(11.3%)’ 등의 순이었다.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21.1%는 매각을, 9.1%는 폐업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또한 가업 승계를 고민한 이유로 ‘중소기업 경영 환경 열악’(54.4%)을 꼽았다. 이어 ‘세금 문제 해결의 어려움’(32.4%), ‘영위 업종 전망 불투명’(29.4%)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53.8%가 ‘업종 변경 제한 요건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 승계 여부는 산업단지의 영세화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인천의 경우 남동·부평·주안 국가산업단지가 있는데, 세 산단에 입주한 기업 수는 2020년 12월 9천303개에서 지난해 12월 1만1천350개로 2천개 이상 늘었다. 입주 기업 수가 증가한 주요 요인으로 ‘공장(부지) 쪼개기’가 꼽힌다. 공장을 소유하고 있던 산단 내 경영인들이 폐업 후 공장(부지)을 쪼개 소규모 업체에 임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산업단지 내 제조업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근 기존 가업승계지원제도와 관련해 모든 중소·중견기업으로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하지만 업종을 변경해 승계할 경우엔 가업 승계지원제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가업 승계자가 미래 수요를 염두에 두고 신산업에 진출하고 싶어도 사업을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에선 승계 경로를 뒷받침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 승계를 단순한 자산 이전이 아닌 ‘백년기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고, 다양한 형태의 승계를 포함하는 종합·체계적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