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보수와 진보측 표 합치면 ‘거의 비등’
승자독식, 패배 박탈감은 진영대결의 원인
李대통령 첫날 국회의장·여야 대표와 오찬
전례 없는 일, 소통의 출발이 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승전 통합을 외치고 있다. 승패는 비교적 큰 표차로 갈렸지만 보수와 진보 진영의 표를 합치면 거의 비등하게 나타난다. 김문수 전 후보와 이준석 전 후보의 표를 합치면 이 대통령보다 많고, 이 대통령과 권영국 전 후보의 표를 합산하면 김 후보와 이 후보 득표 합계보다 많다. 보수 진보의 균형이 팽팽하단 얘기다. 중도층이 30%라고 하지만 중간층도 선거 막바지로 가면 어느 한 쪽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진영정치가 사라지지 않으면 미래로 갈 수 없다. 상호 존중과 관용이 없을 때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한 이유일 것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불법계엄에 대한 응징 선거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결집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만큼 진영간의 간극은 치유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남는다.
문제는 이 구도를 어떻게 깨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의 소선거구와 단순다수대표제 등의 공직선거법 조항이 승자독식을 결과하게 되고 패배한 진영의 박탈감이 진영대결의 원인이라는 측면에서 제도적 접근이 있을 수 있다. 선거법을 개정하거나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바꿔서 대통령 권력의 분산과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막는 시도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보완은 한계가 뚜렷하다. 진영 대결에는 역사적 연원도 간과할 수 없다. 분단과 냉전이 가져온 좌우익의 대립, 굴곡진 현대사의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모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원인을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 동일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고, 언어와 인종의 문제가 전무함에도 특정 사안을 보는 관점과 태도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적대가 일상화되어 있다. 국민 일반의 뇌리에 각인된 각자의 이념 정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정치가 복원되기 위해서 정치세력간의 상호불관용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여야 모두 책임이 있지만 권력 자원을 보유한 집권세력이 변화해야 한다. 입법과 행정을 장악한 정권의 절대적 강자인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타협적이고 반정치의 인식을 답습하지 않으면 문제의 반이 해결된거나 다름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단하게 야당을 설득하고, 전방위로 소통해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 의원에게 안부도 전하고 만나기도 해야 한다. 야당 대표와의 회동이 뉴스가 되고 이슈가 되는 나라에서 진영 대결이 해소되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 대선 바로 다음 날 국회의장, 여야 정당 대표와 오찬을 가졌다. 전례 없는 일이다. 소통의 출발이 되기 바란다. 여야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엇갈려도 대통령이 나서고 여권의 다양한 층위의 소통 창구가 작동된다면 상반되는 쟁점들이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다. 내각제 국가에서 내각과 의회가 작동하는 원리가 그렇다. 각 정당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책과 지향점을 양보하고 절충하면서 같은 내각을 구성한다. 절대로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내각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 연정이라는 내각제의 연합정치를 할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더라도, 정당 간 이견을 절충해 나가고 합의 문화가 생기기 시작하면 유권자의 연합, 즉 유권자 연대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지역의 견고한 벽도 양상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하루 아침에 성사될 수 없다. 그러나 막강한 권한을 갖는 대통령이 이를 꾸준하게 시도하면 국민의 신뢰가 생길 것이고, 지지도는 오를 것이다. 지지도가 높은 집권세력을 야당이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여야의 대결의 정치문화는 시나브로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쟁점 법안의 경우에도 인내를 가지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숱한 난관과 사법 리스크를 뚫고 여기까지 온 이재명 아닌가. 역설적으로 어느 대통령보다 잘 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적대의 한 축의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야당 역시 극우에 편승하려는 못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정 지역의 볼모를 과감히 벗어나는 결단이 필요하다. 새 정권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정권도 야당도 모두 승자가 될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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