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습 기자 신분을 뗀 직후 처음 만난 취재원은 급식실 노동자였다. 인천 최초로 ‘인천형 급식실 조리 로봇’이 도입된 한 학교 급식실의 조리 실무사들이었다.
무쇠 팔로 솥을 휘젓는 조리 로봇을 뒤로한 채 조리 실무사들에게 말을 걸었다.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이 훨씬 편해지셨겠다’는 질문에 돌아온 건 한숨 섞인 대답이었다. 조리 로봇은 근골격계 질환 등 조리 실무사의 산재 예방을 위해 도입됐지만 노동자들은 로봇 설치와 세척에 또다시 힘과 시간을 투입해야만 했다. 1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로봇 대신 ‘동료 노동자’의 충원을 원한다는 간절한 목소리도 들렸다.
첫 현장에서 처음 만난 취재원과의 대화는 직접 말을 걸어야만 보이는 현실을 알게 해줬다. 인생 처음으로 단독 바이라인을 달고 쓴 기사엔 조리 로봇에 대한 막연한 찬사 대신 노동자들의 우려를 담았다. 언젠가, 마지막 바이라인이 달릴 기사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겠다는 각오를 다져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선서 직후 국회 청소 노동자와 방호직 공무원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국회 노동자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대통령이 돼 처음 만난 사람이 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 대통령의 감사 인사는 국회 곳곳에 존재해왔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을 가시화했다. 그들의 노고를 사회가 알아챌 수 있도록 의미를 더했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이들은 누구일까. 취임 선서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전국 곳곳의 철탑과 공장 옥상에서는 노동자들의 농성이 이어진다. 빵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망한 지 2주 만에 발전소 정비 하청노동자가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취임 첫날 만난 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
/송윤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