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쟁점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던 12일 국회 본회의 개최 입장을 철회했다. 예정대로였으면 야당이 반대하는 ‘대통령 재판 중지법’과 ‘방송3법’은 물론 기업들이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까지 처리할 수 있었던 본회의였다. 자신의 국민통합 및 여야협치 의지가 쟁점법안 단독 강행 처리로 훼손될 것을 걱정한 이재명 대통령의 우려를 당이 수용했다.
민주당의 의지대로 본회의를 관철했다면 대통령 취임 1주일 만에 국민은 국회의 난장판 쟁점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국민통합 의지를 의심했을 것이다. 덧붙여 이 대통령의 사법적 쟁점과 법치의 공정을 둘러싼 진영 대결을 재발시킬 수도 있었다. 여당과 대통령실이 쟁점법안 단독처리 일정을 잠시 멈추고 숙고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결정이 여야 협치의 시발점이 된다면, 국민에게 그만큼 다행한 일이 없다.
이번 멈춤을 계기로 거대 집권여당 민주당이 입법권의 지속가능성을 숙고하길 바란다. 22대 총선에서 개헌선에 육박하는 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의 입법권 과잉 행사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보호’라는 정치적 이익 실현을 위해, 대의민주주의 정신과 국회의 입법 관행을 훼손한 탓이다. 헌재 심판으로 확인된 명분 없는 국무위원·검사 줄탄핵, 이재명 방탄 입법, 지지층 결속용 입법 등이 그랬다. 대통령 재판 중지법, 방송3법, 상법개정안과 더불어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까지 속도조절을 고민하게 된 배경이다.
민주당 강경파들의 대법관 증원 입법 의지가 여전하다. 이러면 안 된다. 민주당이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고 이재명 집권을 위해 입법권을 남용해야 했던 정치적 목적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시작으로 이미 달성했다. 이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으면, 대통령을 가진 과반수 집권여당의 입법 전횡이 한국 국회의 관행과 문화가 된다. 민주당이 똑같이 당할 수 있고,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들이 하루아침에 폐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원은 어제 그제 이틀 연속 이 대통령 재판 2건을 사실상 임기 후로 연기했다. 선출된 이 대통령의 권한과 이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주권을 존중한다는 의사 표시다. 민주당도 대선 전 법원을 향한 정치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입법을 위한 여야 협의가 시작된다. 쟁점 법안 처리 일단 멈춤이 입법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숙고로 이어지기 바란다.